‘장윤기 사건’ 바로잡을 방법 없어

큰 피해자는 여성·사회적 약자

경찰 인권 보호 역량 우선 의견도

지난 13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故)이채원 학생 살인사건 진상규명 및 가해자 장윤기 엄벌촉구 기자회견에서 이양 어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2026.7.13 /연합뉴스
지난 13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故)이채원 학생 살인사건 진상규명 및 가해자 장윤기 엄벌촉구 기자회견에서 이양 어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2026.7.13 /연합뉴스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될 경우 성폭력·가정폭력·스토킹 범죄 등에 대해 부실 수사가 이뤄지거나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며 여성단체들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의 수사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검사가 직접 수사하거나 수사를 지시할 수 있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두고 연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광주 광산구에서 고등학생을 강간할 목적으로 살해한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경찰 간부인 장윤기의 아버지가 일반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도록 증거를 은폐한 사실이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성단체 등은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장윤기 사건’처럼 경찰이 부실하게 수사할 경우 이를 바로잡을 방법이 없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보완·추가 수사로 새롭게 밝혀진 범죄 사례가 수없이 많다”며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된다면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과 사회적 약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1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6개 여성단체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천정아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는 “여성과 아동 등 사회적 약자가 주된 피해자인 성폭력·가정폭력·스토킹 범죄에서 경찰이 사건을 가볍게 판단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가 피해자들이 이의신청해 사건이 다시 검찰에 송치되는 경우가 많다”며 “경찰과 검찰이 서로 견제하며 미흡한 수사를 보충해 가해자의 범행을 면밀하게 파헤치는 것이 피해자를 구제하는 길”이라고 했다.

대검찰청이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두 차례 발간한 ‘보완수사 우수사례집’을 보면,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지난해 9월 보완수사를 통해 스토킹처벌법상 접근금지 잠정조치를 위반한 가해자를 다시 구속해 피해자를 보호했다. 경찰이 구속기간이 만료된 뒤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바람에 가해자가 석방되자, 검찰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보완수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그의 추가 스토킹 범행을 밝혀냈고, 이를 근거로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시설장이 중증 장애인들을 성폭행한 인천 강화군 ‘색동원’ 사건에서도 검찰이 수사팀을 꾸려 직접 수사한 끝에 경찰이 파악하지 못한 성폭력 피해자 1명을 더 찾아냈다.

여성단체 일각에선 1차 수사기관인 경찰의 성인지 감수성과 인권 보호 역량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여성 피해자들에 대한 법률·심리상담을 지원하는 한국여성인권플러스 김성미경 대표는 “피해자들의 곁에서 법률지원을 하다보면, 수사 단계에서 처음 만나는 경찰들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거나 사건을 가볍게 여겨 송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이를 막기 위해선 검찰의 보완수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찰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교육과 재발을 막기 위한 엄중한 처벌, 가·피해자 분리 제도 등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