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온도 높아지며 블랙아웃
“야외 주차땐 직사광선 가려야”
“방금 앞에서 달리던 덤프트럭이 좌회전하다 그쪽 차 뒤쪽을 긁고 갔어요.”
수원에 거주하는 60대 A씨는 최근 화성시 만세구 향남읍 화성종합경기타운 인근 도로를 달리다 차량 뒤쪽에서 무언가 부딪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충격이 크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순간, 옆 차로를 달리던 차량 운전자가 창문을 내리고 이같이 말을 건넸다고 한다.
A씨가 차량을 안전한 곳에 세우고 살펴보니 운전석 뒤쪽에는 찍힌 흔적과 하얀색 긁힘 자국이 남아 있었다. 곧바로 블랙박스에서 사고 장면과 덤프트럭 차량번호를 확인하려 했지만 영상은 조회되지 않았다.
보험사 직원까지 불러 기기를 확인한 결과, 블랙박스에 저장된 마지막 영상은 지난달 25일에 멈춰 있었다고 한다. 사고가 나기 전부터 상당 기간 녹화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A씨는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A씨는 상대 차량을 찾더라도 사고 당시 영상이 없어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쉽지 않은 데다 차량 문짝을 수리하는데 30만원 안팎이 든다는 말을 보험사로부터 들었다. 결국 경찰에 사건을 접수하는 대신 보험처리를 하고 차량을 공업사에 맡기기로 했다.
A씨는 “블랙박스가 켜져 있으니 당연히 영상이 녹화되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목격자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사고 사실조차 제대로 몰랐을 텐데, 정작 필요한 순간 영상이 하나도 남지 않아 황당했다”고 이야기했다.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철 차량 블랙박스 ‘블랙아웃’ 현상이 잦아지면서 주의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차량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 기기 보호 기능이 작동해 전원이 꺼지거나 메모리카드와 저장장치에 이상이 생겨 영상이 기록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블랙박스는 앞유리에 설치돼 직사광선에 노출되기 쉬운 만큼 폭염 때 고장이나 오작동을 일으키고 먹통이 될 수 있다”며 “야외에 주차할 때는 수건이나 골판지 등으로 직사광선을 가리고 영상이 제대로 저장되고 있는지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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