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홍명보號 비난 들끓자

축협 쇄신 약속… 반복된 대응

재작년 감사 불구 바뀐것 없어

‘스포츠 거버넌스 구축’ 대안을

이현서 아주대 스포츠레저학과 대우교수
이현서 아주대 스포츠레저학과 대우교수

지난 월요일 새벽에 월드컵 결승전에서 스페인이 우승하면서 40일간의 대장정이 끝났다. 48개국으로 확대된 이번 대회에서 한국팀은 조별리그를 넘지 못하고 34위에 그쳤다. 한국팀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던 12회 대회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한 것은 3회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진출,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원정하여 처음으로 16강 진출,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수한 선수들로 구성된 한국팀의 네 번째 조별리그 통과를 기대했으나 실패했다.

홍명보 감독은 성적 부진을 이유로 감독직을 사퇴하였다. 이 과정에서 축구 관계자와 팬들의 대한축구협회(축협)에 대한 비난이 물밀듯이 쇄도하였다.

범국민적 비난 여론에 정부와 국회도 즉각 대응하였다. 32강 탈락이 확정된 지난 6월28일에 이재명 대통령은 “능력보다 내 편, 네 편을 더 중시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며 축협을 비판했고,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은 “축구 행정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쇄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답하면서 축협에 대한 특별 감사를 하겠다고 발표하고, K-축구혁신위원회도 출범시켰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 소속 의원들도 축협을 상대로 한 청문회와 현안 질의 개최를 논의하고 나섰다.

정부와 국회 이런 대응이 처음 보는 광경은 아니다. 국회 문체위는 2024년 9월24일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과 기습 경질,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놓고 현안 질의를 개최하였고,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은 국회에 나와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한편, 문체부는 2024년 7월부터 축협에 대한 감사를 시작하여 그해 11월에 결과를 발표하였다. 총 27건의 위법·부당 사항 적발하면서 클린스만과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심각한 절차적 상황이 있음을 밝히고 정몽규 회장을 포함한 16명의 관련 임직원에 대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 문책을 요구하였다.

이런 문체부 요구에 대해 축협은 조직을 쇄신하기보다 행정 소송을 시작하였다. 이런 논란 속에 2025년 2월 정몽규 회장은 축협 회장으로 당선되어 4선 연임에 성공했다. 작년 6월에 시작된 문체부와 축협의 행정 소송 결과는 올해 4월23일에 1심 결과가 나왔는데 축협이 패소하였다. 축협은 즉시 항소한다고 밝혀 현재 소송 중이다.

그러나 정몽규 회장은 사법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에 지난 5월29일에 이번 월드컵 후에 회장직을 그만둔다고 말했고, 지난 6일에 공식적으로 사퇴하였다.

축협 문제에 대하여 문체부와 국회의 대응이 재작년에 있었지만, 축협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재작년 11월에 문체부가 감사 결과를 발표한 후에 문체부나 문체위는 어떤 노력을 해 왔는지 묻고 싶다. 문체부나 국회는 축구대회 성적이 나쁠 때만 등장하는 ‘사후 규탄 기구’가 아니다. 재작년에 문체부가 축협 문제점을 밝혔다면 축협에만 해결을 요구할 게 아니라 문체부와 국회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

축협은 문체부 장관의 설립 허가를 받는 민법상 사단법인이다. 민법은 주무관청인 문체부에게 법인 사무 검사·감독권(제37조)과, 법인이 목적 외 사업을 하거나 공익을 해치는 행위를 한 경우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 권한(제38조)을 부여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제3자 개입 금지’ 조치는 정부가 협회 운영에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지 협회를 감시, 감독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칙이 아니다.

축협 문제는 며칠 사이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수년 동안 축적되어 곪아 터진 것이리라. 2024년과 달리 이번에 문체부와 국회는 축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바람직한 스포츠 거버넌스 구축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청문회에서 축구인을 호통치는 퍼포먼스에 그치거나 행정 소송에만 매달린다면 축협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축협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현서 아주대 스포츠레저학과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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