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여러 얼굴을 가진 도시다. 개항 이후 격동의 근현대사를 거치며 산업화의 중심지로 성장했고, 노동운동의 거점으로 민주화를 이끌기도 했다. 갯벌을 메워 조성한 송도국제도시 등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들어서고 미래 성장 동력인 바이오 등 첨단산업이 꽃을 피우고 있다. 굴곡진 역사의 숱한 흔적과 미래를 향해 변화하는 도시 풍경은 저마다 다른 얼굴로 인천을 보여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영화, 드라마, 웹툰, 소설, 음악 등 K-콘텐츠는 이 같은 인천의 공간을 단순한 배경으로만 소비하지 않는다. 작품 속 인물의 감정을 드러내고, 시대의 기억을 불러내며, 인천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장치로 활용한다.
영화 ‘브로커’에서 월미도는 우연히 함께 여정을 떠난 사람들이 잠시 한 가족처럼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이두나!’에서는 서로 다른 세계에 살던 두 청춘이 가까워지는 데이트 장소로 등장한다. 같은 월미도를 배경으로 하지만 작품이 담아낸 정서는 조금씩 다르다. ‘브로커’에서는 특별한 추억을 만드는 장소로, ‘이두나!’에서는 청춘의 설렘이 피어나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낭만과 추억이 공존하는 월미도의 풍경은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을 한층 선명하게 만든다.
조선 말기 외세의 침략에 맞서 싸운 공간인 강화도 광성보와 초지진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항전의 역사를 다시 불러낸다. 윤태호 작가의 웹툰 ‘인천상륙작전’은 전세를 뒤집은 역사적 군사작전의 이면에 놓인 민간인과 인천 섬 주민들의 삶을 바라보게 한다.
‘킹더랜드’와 ‘솔로지옥’에 등장한 영종도 복합리조트는 공항이 있는 섬을 화려한 한류 관광지로 보여준다. 갯벌을 메워 조성한 송도국제도시는 드라마와 뮤직비디오, 광고에서 현대적이고 세련된 미래도시의 이미지로 소비된다
영화 ‘범죄도시3’의 인천 남항과 K팝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오래된 공장들은 항구·산업도시 인천의 거칠고 낡은 얼굴을 드러낸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속 동인천은 스무 살 청춘의 불안과 개발과 쇠락 사이에 놓인 도시의 불안정한 정체성을 함께 보여준다.
K-콘텐츠 속 인천은 단순한 촬영 배경이 아니다. 작품 속 인물의 감정을 드러내고, 도시가 지나온 역사를 불러내며, 우리가 익숙하게 지나쳤던 장소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경인일보는 ‘K-콘텐츠로 보는 인천’을 통해 영화와 드라마, 웹툰, 음악 등에 등장한 인천의 공간을 찾아간다. 월미도를 시작으로 동인천, 강화도, 영종도, 송도국제도시, 인천항 등에 켜켜이 쌓인 역사와 장소의 의미를 함께 들여다본다. 인천을 주목한 K-콘텐츠 이야기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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