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없던 이천 올라와 44년 외길… 도자기는 내 운명”

 

한국 고유 전통미 살린 정갈함 담겨

“13년전 전시 작품 전하게 돼 뜻깊어

측정할 수 없는 ‘선’ 형성될때 성취”

김용섭 명장은 지금까지도 도자기 작업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를 명장으로 부르는 이유다. /김용섭 명장 제공
김용섭 명장은 지금까지도 도자기 작업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를 명장으로 부르는 이유다. /김용섭 명장 제공

“도자기는 내 운명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바티칸 교황청을 공식 방문했을 당시 레오 14세 교황에게 건넨 선물이 최근 화제가 됐다. ‘하느님의 품’이라는 이름의 조각상과 함께 백자 다용도 합(盒)이 선물로 전달됐다. 한국 고유의 전통미를 살린 이 합에는 정갈함과 비움을 추구하는 백자의 미학이 고스란히 담겼다. 사제의 청빈·성찰이라는 가치와 연결된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 합은 김용섭 명장(名匠)의 작품이다. 올해로 44년째 도자기 외길을 걷고 있는 김 명장은 정교함으로는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기술을 지녔다. 윗부분이 개방된 일반적인 모양과 달리 뚜껑이 있는 합 형태의 도자기를 제작하는 이유도 스스로 정교함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교황에게 선물된 작품 역시 합 형태였다. 김 명장은 “도자기라는 게 본래 실생활에서 사용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며 “13년 전 뚜껑이 있는 도자기 작품들로만 전시회를 연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교황에게 전달된 선물이 당시에 전시했던 작품 중 하나다. 굉장히 영광스럽고 뜻깊은 일”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간) 교황청 사도궁에서 레오 14세 교황에게 선물을 전달한 뒤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간) 교황청 사도궁에서 레오 14세 교황에게 선물을 전달한 뒤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경북 예천에서 태어난 김 명장은 군 전역 후 무작정 이천으로 올라왔다. 결심의 배경엔 도예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게 전부였다. 열정 하나로 아무 연고도 없던 이천에 그렇게 터를 잡았다. 패기만으로 감당하기엔 이후의 삶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가르쳐 주는 이도 없고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여건도 아니었다. 하지만 묵묵히 그 길을 걸었다. 어깨너머로 또 곁눈질로, 핑계대지 않고 방법을 찾으면서 기술을 스스로 연마했다.

그는 “도자기를 해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이천에 와서 굴뚝만 찾아다녔다. 낮엔 기술자들의 심부름을 하고 밤에 혼자 연습하면서 기술을 익혔다”며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했는데도 전혀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즐거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레오 14세 교황을 만나 선물로 전달한 백자 다용도 합. /김용섭 명장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레오 14세 교황을 만나 선물로 전달한 백자 다용도 합. /김용섭 명장 제공

김 명장은 생계의 어려움 속에서도 오랜 인고의 시간을 감내하며 지금까지 달려왔다. 과거 작업을 함께 했던 이들은 대부분 이 업계를 떠났지만, 김 명장은 무모할 정도로 뜨거웠던 20대 시절의 열정을 지금까지도 가슴 속에 담고 있다. 이천에 위치한 그의 작업장은 항시 밤 늦게까지 불이 환히 켜져 있다. 도자기를 처음 시작한 44년 전부터 스스로 규정한 울타리 내에서 한 치도 벗어난 적이 없다. 그의 고집이 현재의 그를 만들었다.

김 명장은 “도자기에는 자로는 측정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선이라는 게 있다. 그 선이 딱 맞아떨어졌을 때의 성취감 때문에 이 일을 놓을 수가 없다”며 “지금도 도자기 작업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