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5·31교육개혁으로 내신 산출방식이 전면 개편되고,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가 등장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그 해에, 고등학교는 1996학년도부터 시행됐다. ‘수우미양가’ 점수 줄세우기식 입시 경쟁에서 탈피하고, 지성과 인성의 균형을 이루는 전인적 성장을 돕겠다는 꿈은 원대했다. 학생부는 학생의 적성과 소질, 잠재능력을 입체적으로 기록하는 공적 장부다.

30년이 흐른 지금, 학생부는 수시 대입을 좌우하는 인증서가 됐다. 교과목별 성취를 기록하는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동아리와 진로를 담는 ‘창체(창의적 체험활동)’, 종합적 인성을 적는 ‘행특(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지난해부터 내신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뀌면서 변별력이 약해지자, 그만큼 정성평가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내신 리셋’을 위해 자퇴하고 ‘고1 재수’를 강행하는 일도 있다니 비정상 공교육의 자화상이다.

교육부는 매년 학생부 기재요령을 공개한다. 2026학년도에는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에 학생의 부정적인 행동특성을 입력할 경우 지침이 강화됐다. ‘변화 가능성’을 함께 입력하라는 것도 모자라, 부정적인 행동특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도록 날짜별로 누적해 기록하라고 바뀌었다. 학부모 민원과 행정소송에 대비한 근거를 분명하게 명시하라는 것이다. 교사들이 ‘뼈 있는 한마디’라도 적으려면, 여러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 처지다. 차라리 솔직한 평가를 포기하고 만다.

학생부 금지어가 쌓일수록 교사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각 교과 담당 교사가 작성하는 ‘세특’의 경우 해당 수업을 수강한 모든 학생의 내용을 기재해야 한다. 500자 안에 학생들의 역량과 성장 서사를 담아내야 한다. 입체적인 세특으로 입시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도 상당하다. 이런 와중에 감사원은 지난 20일 고교 학생부 작성 실태점검 결과를 발표하며 일부 학생부의 ‘복붙(복사 붙여넣기)’ 사례를 지적했다. 교사들은 교원 부족과 입시 중심 제도의 현실은 외면한 채 문장검사로 꼬투리를 잡는다고 항변한다.

‘영혼 없이 창작한 학생부’는 교사에게 자괴감을 남긴다. 대학들은 미사여구로 치장된 학생부 속에서 진짜 인재를 가려내려 애쓴다. 학생부가 교육의 성장 기록이 아니라 대입 스펙 도구로 쓰이는 한 ‘입시 잔혹사’를 기록하는 판타지 소설집으로 남을 뿐이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