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업 주거 개선안, 실효성 미미

시민단체, 道 북부청사 공동성명

“지자체 의무, 수십년 방치” 지적

추 지사 지시, 4420개소 전수조사

지난 24일 방문한 포천시의 한 농장 주변에 이주노동자들의 숙소로 추정되는 시설물 앞에 빨래가 널려있다. 2026.7.24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
지난 24일 방문한 포천시의 한 농장 주변에 이주노동자들의 숙소로 추정되는 시설물 앞에 빨래가 널려있다. 2026.7.24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

“날씨 더워요. 숙소는 괜찮아요.”

지난 24일 오후 2시께 기온이 35도에 육박하던 포천시의 채소농가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무더운 날씨에 잠시 앉아 허공을 응시하던 이주노동자 A씨에게 숙소에 대해 묻자 비닐하우스 행렬 끝자락에 위치한 컨테이너를 가리켰다.

검은색 차양막 속에 가려진 컨테이너 건물 안에서 이주노동자 3명이서 같이 산다는데, 제대로 된 냉방시설 없이 3명이서 몸을 뉘일만큼의 공간이지만 A씨는 연신 “괜찮다”고 답했다. “사장님이 말하지 말라고 했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이며 머쓱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날 취재진이 직접 농장들이 모여있는 포천시 가산면 일대를 둘러보니, 컨테이너에 실외기나 가스통이 보이거나 바로 앞에 빨래가 널려 있는 등 주거 공간으로서의 흔적이 보이는 시설물을 다수 발견했다. 농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숙소로 추정되는 곳들이다.

지난 2020년 포천시의 비닐하우스에서 한파 속 잠을 자다 숨진 이주노동자 속헹씨 사망 사고 이후 이주노동자의 숙소로 쓰이는 불법 건축물 문제가 공론화됐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대다수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먹고 잘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제대로 된 불법 건축물 실태조사와 함께 사업주들이 자발적으로 이주노동자 주거환경을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청소년직접행동과 Girl Up HSSK 등 청소년 단체는 지난 24일 경기도청 북부청사 앞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거주하는 불법 건축물 철거 및 개선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공동성명문을 통해 “고용노동부는 2024년 조사에서 이주노동자 기숙사 4천265개 중 93.3%가 위반사항 없이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지만, 우리가 직접 목격한 실상은 너무 달랐다. 불법 건축물 철거는 지자체의 의무인데도 불구하고 수십년 동안 방치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불법 숙소 실태를 정확히 조사하고, 공공기숙사 설치 등 지원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경기도가 지난 2021년 발표한 전수조사 결과, 이주노동자 숙소 2천142개 중 80%(1천490개) 가량이 주택이 아닌 컨테이너나 가설 건축물(조립식 패널) 형태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속헹씨 사망 사고 이후 지난 2021년 ‘농·어업분야 외국인근로자 주거환경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비닐하우스 내 가설 건축물을 짓는 경우 신규·연장 고용허가를 금지시키고, 이미 불법 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고 있는 사업장은 이를 개선하지 않을 경우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개선방안의 실효성이 미미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업주가 지자체로부터 ‘주거시설 가설 건축물 신고필증’을 받은 경우 숙소로 인정된다는 예외를 뒀으며, 이주노동자가 ‘숙소 미제공’으로 서류를 제출했지만 실제로는 불법 건축물에 거주하고 있는 경우 관리·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고용허가제 자체가 이주노동자에게 부당하게 설계돼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이주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생계가 달려있으니 당연히 사업주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하기 어렵다. 사업장 변경도 실제로는 활용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지자체 입장에서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원규 경기도 이민사회국장은 “경기도내 일부 지역에 이주노동자 숙소로 쓰이는 불법 건축물들이 상당히 많이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불법 건축물들을 무조건 철거하도록 하는 것은 (사업주 등과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부작용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에 불법 건축물이 있는 업장에 대한 페널티를 강화하는 방안을 건의한 바 있으니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지시에 따라 이날부터 다음달 14일까지 도내 시·군 농·축산·어업 분야 이주노동자(고용허가제·계절근로제)가 거주하는 숙소 4천420개소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