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65)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이 지난 24일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판결로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천44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위자료 20억원은 별도다. 지연 이자(5%)만 하루에 1억3천만원, 1년이면 472억원이다. 최 회장은 하루라도 빨리 지급할수록 이익이다.
세기의 이혼에 걸맞은 역대 최고액 이혼 재산분할이다. 이재용 삼성 회장이 임세령씨에게 1천억원, 이부진 신라호텔 대표가 임우재씨에게 141억원,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고현정씨에게 15억원을 이혼 위자료로 지급했다. 선대에게 상속받은 자산을 특유재산으로 인정받은 덕분이다. 최-노 이혼 소송을 지켜보면서 가슴을 쓸어내렸을지 모른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특유재산이라 주장한 SK(주)의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결정했다. 노 관장이 내조와 대외활동으로 최 회장의 경영을 도왔다는 것이다. 재벌가 이혼의 재산분할에 이정표가 될 새 판례다. 불륜을 저지른 남편들과의 이혼으로 수백억 달러의 재산을 분할받아 단숨에 글로벌 자산가가 된 맥킨지 베이조스나 멜린다 게이츠 같은 사례가 한국 재벌에서도 가능해졌다.
이번 판결로 최 회장은 이혼 리스크에서, 노 관장은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굴레에서 벗어났다. 2심 재판부는 비자금 300억원을 SK그룹 성장의 종잣돈으로 인정해 재산분할금 1조3천808억원 지급을 판결했다. 최 회장은 능력을 기준으로 후계를 정한 가문의 전통을 불륜으로 훼손해 경영 리스크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노 관장은 승소했지만, 여론은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이 수십 년 지나 딸의 천문학적인 이혼 재산분할금으로 세탁됐다며 분노했다.
다행히 대법원 파기환송으로 노 관장은 부친의 비자금을 잃은 대신 자신의 내조만으로 엄청난 재산을 분할받았다. 최 회장은 소송 기간 동안 SK하이닉스를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 한국 경영계의 구루로 등장했고, 재산분할을 감당할 현금 조달 여력도 충분해졌다. 두 사람의 선대가 한국 정계와 재계에 남긴 업적과 업보가 뚜렷하다. 이제 남남이 됐지만 각자 보유한 막대한 자산으로 선대의 명성을 잇고 업보를 청산하는 사회 공헌의 길을 걷기를 바란다. 세 자녀를 위해서도 그래야 한다. 재상고까지 갈 이유가 없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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