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도 끼임사고로 산업재해 발생
안전장치 보강·작업자 간 신호체계 개선 의문
유족 “책임 있는 사과와 철저한 진상규명” 요구
HL만도 “성실히 조사협조… 재발대책 마련”
최근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HL만도 평택공장에서 설비 유지·보수 작업 중 청년 하청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이 사업장에서 10년 전에도 유사한 끼임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노동조합에서 안전장치 보강을 요구했지만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되면서 재발방지 조치가 충분했는지 비판이 커지고 있다.
27일 전국금속노동조합 만도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여름께 HL만도 평택공장에서 생산 라인 설비를 정비하던 50대 노동자가 기계에 머리가 끼이는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다른 작업자가 해당 설비의 가동 버튼을 눌러 기계가 움직였다. 피해 노동자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 구조됐지만 큰 부상을 입어 산업재해를 판정받고 1년간 요양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유사하게 지난 22일 낮 12시48분께 평택시 포승읍 HL만도 평택공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김승모(28)씨가 머시닝센터(MCT) 12호기 내부에 상반신이 끼인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후 2시40분께 숨졌다. 노조는 인터록(기계 작동 차단 장치)이 해제된 상태에서 내부 작업자와 가동 버튼을 누른 작업자 간 신호가 엇갈려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고 모두 설비 내부에서 정비가 진행되는 동안 다른 작업자가 기계를 가동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10년 전 제기된 안전장치 보강과 작업자 간 신호체계 개선 요구가 현장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의문이 나온다.
사고 당일 김씨가 12호기에 투입되는 과정에서는 일정 변경과 1인 작업, 안전장치 미작동 정황이 잇따랐다. 당초 7월 마지막 주로 예정됐던 정비는 원청 측 요구로 앞당겨졌고, 김씨는 동료와 진행하던 11호기 업무가 끝나갈 무렵 12호기를 먼저 확인하라는 지시를 받고 홀로 설비 내부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이후 현장 통제도 뒤늦게 확대됐다.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은 ‘MCT 설비 내부에서의 유지·보수·수리 등 작업 일체를 중지’하라고 명령했지만, 실제 가동 중단이 처음에는 11호기와 12호기에만 적용됐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금속노조 만도지부는 “노조가 문제를 제기한 이후에야 사고가 발생한 4라인 MCT 설비 15대 전체로 가동 중단 범위를 확대했다”며 “이번 사고는 HL만도의 명백한 위험의 외주화가 불러일으킨 기업살인”이라고 규탄했다.
한편, 사고 발생 닷새째인 이날까지 김씨의 발인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평택시 안중읍 안중장례문화센터 2층 무궁화실에 마련된 빈소에서 유족은 회사의 책임 있는 사과와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장례를 미루고 있다.
이와 관련 HL만도 측은 “2016년 사고와 관련해 현재 확인 중”이라며 “유가족과 동료 여러분께 깊은 애도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관계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협조해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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