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들의 바이블 ‘목민심서’

“민생 해로운 일 굽히지 말아야”

내란 세력 재판 보면 안타까워

다산 책 읽으며 새 사람 바뀌길

박석무 다산연구소 명예이사장·우석대 석좌교수
박석무 다산연구소 명예이사장·우석대 석좌교수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는 읽을수록 깊은 맛을 느끼게 해주는 고전이다. 흔히 공직자들의 바이블이라고 일컬어지는데 글로만 남아 있을 내용이 아니라, 공직자인 다산 자신이 행했던 모범적인 행위와 옛날 어진 목민관들이 행했던 훌륭한 행위를 보여 주고 있어 공직자들이 실제 행정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꾸민 사례집이라 말해야 옳다.

다산의 산문인 ‘자하담범주기’는 일종의 기행문으로 아주 짤막한 글이다. 황해도 곡산도호부사라는 목민관으로 일할 때 직속 상관인 황해도 관찰사와 나눈 대화의 일부를 기록한 내용이다. 자하담이라는 깊은 산속 골짜기의 아름다운 경치를 다산은 구경한 적이 있다. 관찰사 이의준을 만나 자하담의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했었다. 그랬더니 관찰사가 얼굴빛을 바꾸면서 “금년 가을 행부(行部·관찰사가 관내를 순시하며 목민관의 잘잘못을 가리는 행위)는 마땅히 자하담에서 해야겠소”라고 하더란다. 다산은 “옳지 않습니다. 행부라는 것이 산수를 유람하는 것인가요? 자하담까지는 아직껏 고관의 행차가 이른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하고는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금년에 비로소 관찰사의 행차를 이곳에 이르게 하려면 산을 뚫어 길을 내고 골짜기를 건너질러 다리를 놓아야 할 것이니 백성들을 수고롭게 하여 상관을 즐겁게 하는 일은 감히 할 수 없습니다”라고 답하자, 관찰사가 서글픈 표정을 짓더라는 내용이다.

참으로 훌륭한 목민관인 다산다운 답변이자 관찰사의 비위를 맞추기보다는 백성들의 노고에 마음 아파하는 애민정신의 발로였다. 목민관과 관찰사의 관계, 목민관의 근무 성적을 평가하고 고과를 매겨 인사권을 행사하는 관찰사 앞에서 정면으로 반대의 뜻을 피력하던 정약용, 그런 용기와 실천력이 있었기에 그런 자신의 경험을 합해서 목민관이라면 부당한 상관의 명령에 따라서는 안 된다는 수많은 사례들을 열거했었다.

‘예제(禮際)’ 조항에서 다산은 말했다. “상관의 명령이라도 공법(公法)에 위반되고 민생에 해로운 일이라면 마땅히 의연하게 굽히지 말고 확실하게 자신을 지켜야 한다.” 참으로 명언이다. 공법, 즉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고 백성들의 삶에 해로운 일을 시키는 대로 명령에 따른다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는가. 다음은 ‘수법(守法)’에 있는 내용이다. “이익에 유혹되지 말며 위세에 굴복해서도 안 된다. 비록 상관이 독촉하더라도 받아들이지 않는 일이 있어야 한다.” 조그마한 이익에 유혹되고 권력의 위세에 굴복한다면, 일반 백성들이 누구를 믿고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겠는가. 목민관이라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 바로 그런 일이다. “상급 관청에서 이치에 어긋나는 일을 강제로 고을에 배정하면 마땅히 이해(利害)를 두루 개진하여 봉행하지 말아야 한다”(‘공납(貢納)’)라는 주장 또한 곡산 시절에 다산이 직접 행위로 보여 주었던 일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강제로 배당하고 납부하기를 강요하는 상부 관청의 명령에 따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야말로 상명하복의 전제군주국가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다산의 위대한 국민 저항 정신이었다. 일반 백성이 아닌 관료가 상부의 지시가 옳지 않다고 거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목민심서의 글이 아니고도 다산의 여러 글에는 부당함과 비리의 명령에 저항하고 거부하는 실례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다산이 위대한 선각자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새 목민관들, 취임한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오늘의 이 나라 목민관들, 과연 다산의 목민심서 정신을 따르는 사람이 몇 사람이나 있을까. 목민관만이 아니고 여타의 많은 공직자나 고관대작들, 과연 상사나 상부의 부당한 명령이나 지시를 거부하고 저항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12·3 내란 세력들의 재판을 구경하노라면, 어쩌면 그렇게 비굴하고 굴종하며 지시만 따르다가 그런 곤경에 처해 있는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이익에 유혹되고 위세에 굴복해서 내란에 가담한 그 많은 고관대작들, 이제라도 감방에 앉아 목민심서를 읽어보기 바란다. 장관의 지위를 유지하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르려는 욕심 때문에 공법에 위반되고 민생에 큰 해를 끼치는 내란에 가담한 사람들, 이제는 거짓말과 변명과 궤변을 멈추고 다산의 책을 읽으면서 새 사람으로 바뀌기를 바란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명예이사장·우석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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