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공지영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이렇게 오랜 시간 피해주민을 돕는 이유가 뭔가요?”

몇번을 되물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같았다. “당연하죠.” 굳이 이유를 설명할 일이 아닌 듯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것을 포기하고 스무고개 하듯 하나씩 행위의 이유를 물었다. 2021년 독일 서부를 강타한 대홍수로 100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다. 아르계곡의 범람으로 피해가 가장 컸던 아르바일러군에는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피해주민의 회복을 돕고 있다.

기후재난 피해자를 위해 ‘5년’의 시간을 쓰는 과정을 물었다. 아르바일러는 독일에서도 산간지역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다시 찾아올 기후재난에 대비해 인프라를 재건하려면 독일 유수의 대학과 연구소가 모여 피해의 원인을 조사하고 대비가 가능한 설계를 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하루아침에 의식주를 모두 잃고 트라우마를 겪는 주민들이 마음과 몸을 회복하려면 한 동네에서 함께 사는 이웃으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동양의 기자들은 ‘무려 5년’에 방점이 찍혔는데, 정작 이들에게는 ‘겨우 5년’이었다. 피해를 온전하게 회복하는데 5년은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사회가 합의하고 있었다.

비단 정부가 역할을 잘해서만은 아니다. 오히려 현장에서 본 독일 연방정부의 역할은 크지 않았다. 재건기금을 지원하고 재건에 맞지 않는 법과 절차가 있다면 합리적인 선에서 바꾸는 정도다. 피해지역의 자치정부와 민간사회단체, 학계 등 독일사회의 인적자산들이 전방위로 피해주민을 돕고 있었다. 그저 정부의 해결책을 묻기 위해 우리는 사회 전체가 피해자의 울타리가 돼 ‘품’을 내어주는 일은 생각지 못했다. ‘당연하다’는 답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취재 내내 지난 겨울 가평에서 만난 이순호씨 부부가 떠올랐다. 돌아오자마자 다시 근황을 물었다. 폭우는 하룻밤 뿐이었는데, 지금껏 집도 없이 떠돌고 있다. 경북 산불피해지역 주민의 이야기도 들었다. 삶은 여전히 불타고 있었다. 시간은 똑같이 흘렀는데, 우리는 변한 게 없다.

/공지영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