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강수 민감… 재배 영향 커
작년 도내 ‘무름병’ 생산량 감소
자연재해보험 지역 확대 검토를
지원장치 있어야 생산기반 강화
기후변화로 이상기상이 잦아지면서 농업 현장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역별로 과거 30년, 혹은 그 이상 관측되지 않았던 수준으로 평년기후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는 기상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농업인의 예측과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는 단순한 날씨 변화를 넘어 농업 생산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노드하우스(William D. Nordhaus) 교수가 2018년 노벨상 수상 강연에서 “우리는 기후의 주사위를 굴리고 있으며, 그 결과는 놀라움을 안길 것이고, 그중 일부는 위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것은 지금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기후변화는 부정적 외부효과이며,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제도와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농업 현장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특히 노지 가을배추는 기온과 강수, 습도 변화에 민감해 이상기상의 영향을 크게 받는 작목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경기지역 가을배추 재배지 가운데 평택을 중심으로 이상기상 영향 실태를 조사·분석했다. 농촌진흥청의 소기후모형을 활용한 농장단위 상세 기상정보를 바탕으로 1991년부터 2025년까지의 고해상도 격자형 기상자료를 활용해 평년(1991~2020)과 최근 3년(2023~2025)의 기상값을 비교·분석한 결과, 평택 지역의 최근 3년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1.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배추 생육의 중요한 시기인 9월 평균기온은 2.7℃, 최저기온은 3.7℃ 높아졌다. 폭염일수와 열대야일수는 증가하고 서리일수는 감소하는 등 기후극한지수(climate extreme index)의 변화도 뚜렷하게 확인됐다. 여기에 이상다우(abnormally much precipitation) 발생 횟수는 평년보다 1.5회, 이상고온(abnormally high temperature) 발생 횟수는 3.6회 증가한 것으로 분석돼, 노지배추 재배환경이 과거와 분명히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기상변화는 재배 현장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2025년에는 가을장마 장기화와 맞물려 경기지역 가을배추에 무름병이 확산됐고 생산량도 전년보다 약 30% 감소했다. 무름병은 배추 조직이 물러지며 썩어들어가는 세균성 병해로,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발생이 쉽고 배수가 나쁘거나 통풍이 부족하면 피해가 더 커진다.
강우일수가 많고 일조량이 줄어드는 조건 역시 병 발생을 촉진하는 요인이다. 이는 단순한 작황 부진을 넘어 농가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문제다. 배추 농가에서는 감염 포기 제거, 물길 정비, 약제 방제 등 필요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지만, 고용노력비 상승과 약제 저항성 문제로 현장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이상기상의 발생 빈도가 높아질수록 개별 농가의 노력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이상기상에 보다 체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지역별 기상 특성과 배추의 생육단계를 반영하여 정식 시기와 재배관리 기술을 세밀하게 보완하고 배수 관리, 병해 예방 및 생육 안정 기술을 현장에 적극 보급해야 한다. 또한 농업인이 충분한 방제와 재배관리를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한 기상 여건으로 피해를 막기 어려운 경우에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가을배추 자연재해성 무름병’ 농작물재해보험의 대상지역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 중인 해당 보험은 최근 무름병 발생 양상과 피해 규모를 고려할 때 평택, 연천, 포천 등 경기지역 주요 배추 재배지로 확대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이상기상 대응은 재배기술 개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조기 기상정보를 활용한 사전 예방체계, 현장 중심의 대응기술 보급, 농가의 경영안정을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될 때 경기지역 노지배추의 안정적인 생산 기반도 한층 강화될 것이다.
/이진홍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기후변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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