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서 추모식·신속 출국 도움
SK에코플랜트는 문제 개선 약속
공단, 정부에 지원체계 구축 요구
“한국을 떠나기 직전까지 남편의 죽음을 애도하고 저를 위로하는 시간을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8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마련된 작은 추모 공간. 지난 1일 충남 아산 KTX 선로 공사 현장에서 컨베이어 벨트를 점검하다가 설비에 몸이 끼어 사망한 미얀마 국적 고(故) 아웅민우(37)씨의 영정 사진이 모니터에 띄워져 있었다. 그의 아내 친마이마이(34)씨는 남편의 영정 사진과 앞에 놓여진 국화 꽃들을 보자마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한국에서 남편을 잃었지만 한국에 있는 많은 분들 덕분에 회사로부터 사과를 받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약속도 받았다”며 “이젠 미얀마로 돌아가 남편의 장례를 치르고, 다른 가족들에게 내가 받은 위로와 배려를 알리고 싶다”고 했다.
산재 보상 지급 등을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은 친마이마이씨가 남편과 함께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 고인에 대한 마지막 예우를 다하기 위해 추모식을 진행했다.
지난 3일 경기 이천의 한 자갈 가공업체에서 작업 중 목숨을 잃은 베트남 국적 고(故) 뚜안(23)씨에 이어 근로복지공단이 유족을 위한 추모식을 여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근로복지공단은 유족을 위한 ‘산재 사망 이주노동자 유족 예우사업’을 마련해 유족이 출국하기 전 추모식을 열고,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협력해 이들이 신속하고 편안하게 출국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아웅민우씨가 일하던 공사 현장은 국가철도공단이 발주하고 SK에코플랜트가 시공을 맡은 KTX 복선화 작업 현장이었다. SK에코플랜트는 유족에게 사과하고, 이주노동자들이 언어 장벽 등으로 인해 산업재해에 쉽게 노출되는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법무부가 발표한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취업자는 110만9천여명에 달한다. 이 중 매년 100명 가량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다.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경찰은 본국 대사관을 통해 유족을 찾고, 유족들은 한국에 방문해 시신을 인도받은 뒤 정확한 사망 원인과 보상 체계 등에 대한 안내를 받는다.
비자 발급이 늦어져 입국조차 하지 못하거나, 시신 안치비와 장례비, 항공료를 부담할 여력이 없어 시신 인도를 포기하는 일도 적지 않다. 유족들이 국내에 입국해 장례를 치르는 데에는 1천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추모식이 끝난 뒤 친마이마이씨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출국했다. 이주노동자 지원단체 관계자들은 “미얀마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곧바로 연락해라”,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회사가 마련한 재발 방지 대책이 잘 시행되는지 우리가 지켜보겠다”며 그를 배웅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로 목숨을 잃은 이주노동자 유족들을 위한 지원체계를 마련해달라고 고용노동부에 요구할 예정이다.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산재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쓸쓸하게 한국을 떠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파 지원 사업을 마련했다”며 “산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산재로 이주노동자가 사망했을 때에 유족을 위한 비자 발급과 통역 서비스, 장례비 등 전반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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