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공간 부족에 그늘 찾아 손부채
이동노동자 쉼터 부평구 등 4곳뿐
얼음물 채운 텀블러 2개로 버텨내
경로당, 등록 안된 시민 이용 막아
전국에 폭염이 이어지면서 인천에서도 체감온도 35℃ 안팎의 찜통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야외에서 장시간 활동하는 이동노동자와 고령층 등 폭염 취약계층을 위한 휴식공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휴식공간은 충분하지 않고 기존 무더위쉼터도 폭염을 피하기에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 폭염 속 배달라이더 “잠시 쉴 공간도 마땅치 않아”
지난 28일 오후 2시께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한 상가 앞 공원. 배달노동자 김경민(54)씨가 오토바이를 세운 뒤 스마트폰 화면을 연신 확인하며 다음 호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인천의 한낮 기온은 32℃도로 전역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김씨와 함께 30여분을 야외에서 기다리자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김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달릴 때는 그나마 괜찮지만 신호를 기다리거나, 정차해 콜(호출)을 기다릴 때는 숨이 턱턱 막힌다”며 “배달 피크시간이 지난 오후 3시부터 6시 사이에는 콜을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 긴데, 연수구에는 이동노동자 쉼터가 한 곳도 없다. 가로수 그늘이나 공원에서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인천에서 운영 중인 이동노동자 쉼터는 남동구의 ‘휴랑 이동플랫폼노동자쉼터’와 ‘인천생활물류쉼터’, 부평구의 ‘부평길벗쉼터’와 ‘이동노동자쉼터 엠마오’ 등 4곳이다. 남동·부평구에 몰려 있어 다른 군·구에서 일하는 이동노동자들은 폭염 속에서도 마땅히 몸을 식힐 공간을 찾기 어렵다.
한참을 공원에 앉아있던 김씨는 배달박스를 열어 얼음물이 가득 담긴 텀블러를 꺼냈다. 하루 12시간 넘게 도로 위에서 보내는 그는 여름이면 얼음물을 가득 채운 텀블러 2개를 들고 다닌다.
김씨는 “지역 곳곳에 일반 무더위쉼터가 있다고는 하지만 어디에 있는지 찾기도 쉽지 않고, 헬멧을 쓴 채 일반 주민들이 이용하는 행정복지센터 같은 곳에 들어가 쉬기에도 부담스럽다”며 “컨테이너 형태라도 좋으니 기사들이 많이 모이는 곳마다 간이 쉼터가 생겨 잠깐 물을 마시고 햇볕을 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야외 정자가 무더위쉼터? 폭염 피하기엔 역부족
같은 날 오후 4시께 찾은 인천 부평구 부흥공원. 이곳은 부평구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곳이다. ‘야외 무더위쉼터’ 현수막이 걸린 정자에는 시민 몇 명만 드문드문 앉아 있었다. 공원을 찾은 어르신들은 대부분 정자 대신 인근 나무 그늘 아래에 손수레 의자를 놓고 둘러앉아 연신 손부채를 부쳤다.
인천시는 올해 무더위쉼터 1천542곳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경로당과 복지관, 주민센터 등 실내시설이지만, 공원 정자 등 야외시설도 일부 포함돼 있다.
특히 이들 야외시설은 최근과 같이 높은 습도를 동반한 더위엔 효과가 크지 않다.
부흥공원에서 만난 부평구 주민 김인애(82)씨는 “너무 더운 오후 2시전까지는 나오지 못하고 해가 조금 기우는 오후 3시가 넘어야 사람들이 하나둘 모인다”며 “무더위쉼터라고 적혀 있지만 벤치도 불편하고, 정작 한낮에는 나와있기 힘들다”고 말했다.
경로당 등 일부 쉼터는 등록된 주민을 중심으로 운영돼 자유롭게 이용하기도 쉽지 않다. 김모(79)씨는 “공원 바로 옆에 경로당 쉼터가 있긴 한데, 공간도 좁고 정해진 사람만 이용할 수 있어 차라리 나와 있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인천시 자연재난과 관계자는 “기존에는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공원 정자 등 야외시설도 무더위쉼터로 운영했지만, 올해 지침이 개정되면서 앞으로는 야외시설을 ‘폭염저감시설’로 분류하고 냉방이 가능한 실내시설 중심으로 무더위쉼터를 지정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며 “인천도 이에 맞춰 관련 시설을 정비하고 군·구와 함께 현장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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