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만공사, 인천항·지역사회 연결 기관
투자 방향 달라지면 고용·구도심 미래 영향
정부, 지역경제·물류비 영향 먼저 공개해야
정부가 인천·부산·울산·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를 하나의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국 항만도시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공기관의 중복 기능을 줄이고 운영 효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항만공사 통합은 조직 몇 개를 줄이는 단순한 행정 개편이 아니다. 지역 항만의 투자 우선순위와 성장 전략, 나아가 도시의 미래를 누가 결정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
항만은 위치만 다른 같은 시설이 아니다. 부산항은 글로벌 환적 중심항이고, 울산항은 에너지 항만, 여수광양항은 철강·석유화학 산업을 뒷받침하는 항만이다. 인천항 역시 수도권의 수출입 관문이자 대중국 교역의 전진기지라는 뚜렷한 역할을 갖고 있다. 취급 화물과 배후산업, 고객이 서로 다른 항만을 하나의 본사와 획일적인 기준으로 묶으면 현장에 맞는 신속한 판단보다 중앙의 예산 배분과 조직 논리가 앞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인천항만공사는 단순히 인천에 본사를 둔 중앙 공기업이 아니다. 인천항과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핵심 경제기관이다. 개항 이후 인천은 항만과 함께 성장했다. 해운과 하역, 창고, 운송, 정비, 수출입업 등 수많은 기업과 일자리가 항만을 중심으로 생겨났다. 인천항의 투자 방향이 달라지면 지역 산업과 고용은 물론 구도심의 미래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2024년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355만8천455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수출 컨테이너의 66%, 수입 컨테이너의 56.2%는 중국과의 교역 물량이었다. 이는 인천항이 수도권 산업과 소비시장을 세계와 연결하고 대중국 공급망을 지탱하는 국가적 관문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인천항의 경쟁력 약화는 수도권 기업의 물류비 상승과 국가 수출입 경쟁력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인천항만공사의 역할은 화물을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천신항 1-2단계와 아암물류2단지 조성은 수도권에 필요한 항만·배후물류 기반을 확충하는 사업이다.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과 크루즈 활성화는 관광산업과 연결되고 중고차 수출단지와 항만 특화인력 양성, 지역 중소기업 지원은 지역 산업과 일자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역의 역사와 산업구조, 교통 여건, 환경 문제, 주민 요구를 이해해야 제대로 추진할 수 있다.
통합 이후 인천항만공사가 지역본부나 지사 수준으로 축소된다면 주요 결정은 인천이 아닌 통합 본사에서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인천신항 투자와 인천 내항 재개발, 배후단지 공급처럼 지역에 시급한 과제도 다른 항만 사업과 예산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책임 주체가 멀어지면 피해는 항만 이용기업과 노동자, 지역 주민에게 돌아간다. 이는 수도권 물류 경쟁력과 국가 공급망의 안정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의 문제다.
해외에서도 인접 항만을 무조건 통합하는 방식을 정답으로 보지는 않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항과 롱비치항은 같은 산페드로만에 맞닿아 있지만 각각 해당 도시의 항만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대신 대기오염 저감과 같은 공동 과제는 함께 추진한다. 조직을 합치지 않고도 경쟁과 협력을 병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도 일률적인 통합이 아니라 ‘자율과 연대’다. 해외 물류거점 구축과 항만 데이터 표준화,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공동조달처럼 협력이 필요한 분야는 전국 항만공사 협의체를 통해 함께 추진할 수 있다. 반면 항만 개발과 투자, 마케팅, 도시재생은 각 항만공사가 지역 특성에 맞게 책임지고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인천항만공사를 지키자는 주장은 조직의 간판이나 자리를 지키자는 뜻이 아니다. 인천항이 수도권 관문항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인천의 산업과 구도심이 항만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를 지키자는 것이다.
정부는 통합안을 서둘러 결론 내릴 것이 아니라 항만별 투자와 고용, 지역경제와 물류비에 미칠 영향을 먼저 공개해야 한다. 지역사회와의 충분한 논의도 선행돼야 한다. 항만 경쟁력은 중앙집중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조직에 권한과 책임을 줄 때 비로소 살아난다.
/전종해 인천항발전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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