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는 친구들과 놀러간 해변에서 한 아랍인을 총으로 살해한다. 그가 진술한 살해 동기는 ‘눈부신 태양’이었다. 그는 진실을 말했지만, 사회는 인정하지 않는다. 판사는 물론 변호사까지 납득할 만한 이유를 추궁하고 요구한다. ‘이방인’의 태양은 뫼르소의 실존과 질서정연한 세계를 구분하는 상징이다.
지난달 31일 ‘리더스 다이제스트’ 보도가 눈길을 끈다. 극심한 더위, 즉 폭염에 노출된 인체는 체온 유지를 위해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 등 스트레스 호르몬을 다량 분비해 불안감이 커진단다. 또 체온이 상승하면 전두엽의 이성적 영역은 저하되고 감정적 영역은 활성화돼 공격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기온이 상승할수록 폭력사건과 강력범죄가 증가한다는 연구 사례를 실례로 들었다.
폭염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국내 연구도 있다. 서울대 연구팀이 2018년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국내 6대 도시의 폭염과 정신질환의 상관관계 분석이다. 2003년부터 11년간 29.4℃ 이상의 폭염이 발생한 기간에 정신질환 응급환자 중 불안증상의 31.6%, 치매의 20.5%, 조현병의 19.2%, 우울증의 11.6%의 발병원인을 폭염으로 추정했다. 가톨릭의대·서울대·부산대가 2024년 발표한 공동연구 결과도 엇비슷했는데, 연평균 기온이 평년기온 대비 1도 높아질 때 우울 증상 응답률이 13% 높아진다는 결과가 추가됐다.
이 정도면 카뮈의 ‘눈부신 태양’은 인간의 경험과 이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부조리한 세상의 문학적 상징에 머물지 않는다. 태양이 전두엽의 이성 기능을 마비시킬 정도로 뜨거워졌다. ‘뜨거운 태양’은 범죄 동기로 충분해졌다. 전 지구적인 기온 상승 현상으로 수자원과 식량 확보를 위한 국가 분쟁이 격심해진 마당이다. 사람들마저 거칠어지면 이보다 큰일이 없다.
열돔에 갇힌 지구가 인간의 본성, 사회 규범과 제도, 국제 질서를 붕괴시키는 디스토피아가 창작의 허구를 벗어나 현실이 되고 있다. 폭염 관리가 국력의 잣대가 됐다. 폭염 때문에 사망자가 발생해서도 안 되지만, 범죄가 늘어서도 안 된다. 국민의 냉방 주권을 선포할 때가 머지않았다 싶다. 2일 양산 최고 기온이 42.5도였다. 사상 초유의 기록인데 오늘내일 깨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혹심한 열기에 국민이 갇혔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뜨거운 태양이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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