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진 통증 알기 힘든 구내염
목 안까지 염증 퍼지는 경우도
구강내 세균·면역 이상 등 원인
방사선·혈액·바이러스 검사를
지난 시간에는 계획에 없었지만 수원에서 발생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에 감염된 반려견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느라 본의 아니게 고양이 구강질환에 대한 칼럼을 한번 쉬게 되었다. 긴급한 상황을 소개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본 칼럼을 기대하였을 독자분들에게는 사과의 말을 전한다.
오늘은 지난시간 소개했던 치아흡수성병변(FORL)·치주염과 더불어 3대 고양이 구강질환으로 손꼽히는, 그중에서도 가장 통증이 심한 고양이 구내염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하다 보면 보호자들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질환 가운데 하나가 고양이 구내염이다. 처음 병원을 찾는 보호자들은 대부분 “밥을 잘 먹지 않아요”, “입 냄새가 너무 심해졌어요”, “침을 계속 흘려요” 정도의 증상만 이야기한다.
그러나 진료실에서 입을 조심스럽게 벌려보는 순간, 보호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새빨갛게 부어오른 잇몸, 헐어버린 점막, 조금만 건드려도 피가 배어 나오는 입안을 보는 순간 비로소 고양이가 얼마나 큰 고통을 견디고 있었는지를 알게 된다. 물론 심한 경우에는 입에 손도 못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며 그동안 먹지 못해 앙상하게 말라버린 몸을 보면 수의사의 입장에서도 안타까운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고양이는 원래 아픔을 숨기는 동물이다. 야생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생존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약한 모습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철저하게 숨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심한 통증이 있어도 참고 견디는 경우가 많다. 보호자는 식욕이 조금 줄었다거나 예전보다 잠을 많이 잔다고 생각할뿐, 그 속에 감춰진 통증을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 구내염이 무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양이 구내염은 잇몸과 입안 점막 전체에 만성적인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사람의 단순한 잇몸병과는 차원이 다르다. 염증은 잇몸은 물론 목 안쪽까지 퍼지는 경우도 많으며, 침을 삼키는 것조차 고통스러운 상태가 된다. 먹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한 알의 사료를 씹는 순간 전기가 통하듯 아파 다시 뱉어버리는 모습을 보호자들은 종종 목격한다.
많은 보호자들이 “왜 우리 아이에게 이런 병이 생겼을까요”라고 묻는다. 하지만 구내염은 아직 하나의 원인만으로 설명되지는 않으며 지금도 그 원인과 병인론을 확인하기 위해 치열하게 연구되고 있는 질환이다. 오죽하면 구내염을 뜻하는 의학적 병명이 수년을 주기로 계속 새로운 병명으로 바뀌어 불리고 있는 형편이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서 간략하게 원인을 살펴보자면 치태와 치석에 대한 비정상적인 면역반응, 구강 내 세균, 칼리시바이러스 감염, 면역체계의 이상, 유전적 소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다양한 원인들이 작용하여 결국에는 자신의 면역세포가 스스로의 구강 조직을 공격하는 면역 매개성 질환의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단순한 입 냄새 정도로 시작된다. 보호자는 양치질을 하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기 쉽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흘리는 침의 양이 많아지고, 턱밑은 항상 젖어 있으며, 얼굴을 만지는 것을 싫어하게 된다. 사료를 물었다 떨어뜨리거나, 먹다가 갑자기 울면서 도망가는 행동도 나타난다. 심한 경우에는 통증으로 인해 털 손질조차 하지 못해 윤기 있던 털이 거칠어지고 체중도 빠르게 감소한다.
구내염은 단순히 입안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대로 먹지 못하면 영양 상태가 나빠지고 면역력이 떨어지며 전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을 계속하게 된다. 만성 염증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고 보호자와 반려묘 모두에게 긴 시간의 고통을 안겨준다.
진단은 비교적 어렵지 않다. 충분한 구강 검사와 치과 방사선 검사, 혈액검사, 바이러스 검사를 통해 질환의 정도와 동반 질환을 확인한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염증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치아와 치조골의 상태는 물론 기저질환이나 합병증까지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송민형 수원시수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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