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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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권 폐지 이후 경찰의 ‘순환인사제’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행정안전부가 ‘장윤기 사건’으로 향찰(鄕察)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커지자 최근 순환근무제의 전면 도입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앞서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장윤기 사건과 관련해서 부실·암장 수사로 무너져 내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경찰 내부 비리를 척결하고 수사 시스템을 철저히 쇄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부가 기존 총경·경정 중심이던 타 시·도 순환 근무를 내년 상반기까지 경감급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현장 경찰관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일부 경찰의 일탈을 전체 현장 경찰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책 추진 배경에 대한 설명은 물론 현장 의견 수렴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순환 근무 확대 정책을 재검토하고 공정성과 형평성에 기반을 둔 인사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장윤기 사건으로 악화된 여론을 수습하기 위해 실질적인 예산 확보나 지원 대책도 없이 보여주기식 정책부터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기준 경기도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은 2만5천969명이다. 이 가운데 동일 경찰서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경찰관은 경기남부경찰청 3천441명, 경기북부경찰청 717명으로 집계됐다. 계급별로는 경감이 566명, 경위 2천519명, 경사 1천69명 등이다. 이들을 순환 근무시키려면 장거리 출퇴근에 따른 관사 확보와 교통비 지원이 필수다. 전국 시행에 따른 예산 규모가 막대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정부는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하지 않았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정책 재검토를 요구하며 삭발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조직 개혁은 일방적인 지시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현장의 신뢰를 잃은 개혁은 또 다른 갈등만 낳을 뿐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보여주기식 인사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수사 시스템이다. 경찰 개혁은 특정 사건에 대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즉흥적 처방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설계돼야 한다. 순환인사 확대가 필요하다면 그에 걸맞은 예산과 복지 지원, 지역 치안 공백을 최소화할 보완책, 그리고 현장 경찰과의 충분한 협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정부는 속도 보다 완성도를 우선하는 책임 있는 정책으로 국민과 현장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