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전략’ 대학을 중심에 둬야

기업-市 등 혁신 플랫폼 연결때

대한민국 넘어 세계적 도시 도약

인천의 ‘다음 20년’ 선순환 시작

이재우 인하대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
이재우 인하대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도시들은 저마다 뚜렷한 개성과 강점을 지니고 있다. 최근 레저넌스 컨설턴시가 발표한 세계 최고 도시 순위에서 1위는 런던, 2위는 파리, 10위는 서울이었다. 이 평가는 도시의 규모뿐 아니라 역사와 문화, 생활 편의성, 대중교통, 안전성, 매력도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서울은 한류를 기반으로 한 문화적 매력과 첨단기술 허브로서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받았다.

세계적인 도시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대학과 연구기관이 정부, 지방정부, 기업, 시민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혁신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혁신도시인 보스턴에는 하버드대학교와 MIT가 자리하고 있으며, 인근 켄달스퀘어는 세계적인 바이오 혁신 허브로 성장했다. 켄달스퀘어에 위치한 모더나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mRNA 백신을 개발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실리콘밸리 역시 스탠퍼드대를 중심으로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며 세계 기술혁신을 이끌고 있다.

그렇다면 인천의 미래도시로서의 가능성은 어떨까. 인천은 서울의 관문 도시를 넘어 인구 300만명의 메트로폴리탄으로 성장했다. 세계적인 허브 공항인 인천국제공항과 대규모 항만을 보유하고 있으며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바이오, 반도체, 항공, 물류 등 미래 성장 산업이 빠르게 집적되고 있다. 송도는 세계적인 바이오 클러스터를 구축했고, 영종은 항공산업과 복합리조트를 중심으로 한 관광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청라는 금융과 첨단 환경산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이 곧바로 도시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산업과 기술, 사람을 연결하는 지식생태계가 함께 성장할 때 비로소 도시의 경쟁력은 배가된다. 그 중심에는 대학이 있다. 하지만 인천의 종합대학은 인하대학교와 인천대학교 두 곳뿐이다. 수도권 대학이 서울에 집중되는 과정에서 인천의 대학 기반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그럼에도 인하대는 특히 이공계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역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이제 인천의 대학들은 지식생태계의 중심축으로서 더욱 큰 역할을 해야 한다.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미래기술을 창출하며, 창업을 통해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정책을 제안하며 시민과 함께 미래를 설계하는 공공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인천의 대학들도 지식생태계의 플랫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대학 간 경쟁을 넘어 인천과 함께 성장하는 도시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새로운 역할을 정립해야 한다. 각 대학의 강점을 살려 바이오,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기술, 스마트 물류, 미래 모빌리티, 에너지, 환경·탄소중립, 생물다양성, 해양과학 등 인천의 전략산업 분야에서 공동 연구와 신기술 개발·창업 확대·기술지원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인천의 문제가 대학의 연구 주제가 되고 인천의 산업이 대학의 연구와 연결되어야 한다. 특히 피지컬 AI를 산업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데이터 분석 역량을 기반으로 실험실에서 기술을 검증하고 산업현장으로 확산하는 실증 연구가 필수적이다. 대학의 연구실이 기업의 연구소와 연결되고,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지역 스타트업으로 성장하며, 그 성과가 다시 지역경제를 키우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도시 경쟁력을 건물의 높이나 인구 규모로 평가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얼마나 혁신적인 지식과 기술을 창출하고 이를 산업과 연결하느냐가 도시의 미래를 결정한다. 인천의 가장 큰 자산은 공항도 항만도 아니다. 미래를 이끌 인재를 키우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대학이다.

이제 인천의 발전 전략도 대학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대학과 기업, 인천시, 연구기관, 시민이 하나의 혁신 플랫폼으로 연결될 때 인천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대학이 성장해야 도시가 성장하고, 도시가 성장해야 다시 대학이 세계로 도약한다. 인천의 다음 20년은 바로 이 선순환에서 시작될 것이다.

/이재우 인하대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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