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영·쿠팡 입점후 가맹본부 ‘차별’

온라인 우선공급 의심… 점주 반발

‘협상력 강화 ’ 法 입법예고 불구

단체 구성 30명 필요 ‘독소’ 지적

경기도의 한 이니스프리 매장에서 남성 전용 올인원 제품 판매용 재고가 없어 사용 테스트용 제품만 진열돼 있다. /A씨 제공
경기도의 한 이니스프리 매장에서 남성 전용 올인원 제품 판매용 재고가 없어 사용 테스트용 제품만 진열돼 있다. /A씨 제공

CJ올리브영과 쿠팡에 1세대 로드숍 브랜드가 속속 입점하면서 K-뷰티 초석을 다진 오프라인 로드숍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가맹점들이 유통 공룡과의 경쟁에서 고전하는 상황 속에 가맹본부의 차별적 거래 관행이 여전해서다. 이에 정부가 가맹점주 협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현장에서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4일 경기북부지역에서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A씨는 한 달 넘게 인기 제품인 남성 전용 올인원(스킨+로션)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본부는 제조 금형 고장을 이유로 들었지만, 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과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판매가 이어지면서 온라인 채널에 물량을 우선 공급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A씨는 “매대가 한 달 넘게 비어 다른 매장에서는 쿠팡에서 제품을 구매해 진열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넘게 매장을 운영했지만 올해 6~7월 매출은 역대 최악이었다”며 “온라인 할인 행사로 쿠팡이나 공식 홈페이지 가격이 매장보다 저렴해지면서, 가맹점주들이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가맹점주들이 사업자단체를 구성해 본부에 협의를 요구해도 대표성 부족 등을 이유로 거부당하는 사례가 반복됐다. 이에 정부는 가맹점주의 협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점주 10% 이상 또는 1천명 이상이 가입한 점주 단체와 가맹본부가 의무적으로 협의하도록 하는 내용의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3일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최소 30명 하한선’ 규정을 독소조항으로 지적했다. 점주 가입 비율은 10%로 정하면서도 가맹점 사업자 수가 30명 이상이어야 단체 구성이 가능해 상당수 가맹점주가 제도에서 배제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공정위 규제영향분석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가맹점 수가 30개 미만인 가맹본부는 전체의 88.2%에 달한다. 가맹본부 10곳 중 9곳은 점주 전원이 가입해도 협의권을 가진 단체를 만들 수 없는 셈이다. 박승미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위원장은 “브랜드 규모와 관계없이 가맹점주들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화장품 브랜드 ‘에뛰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B씨도 경인일보와의 통화에서 올해 말 폐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에뛰드는 전국 매장이 14곳 수준으로 줄어 점주 협의를 위한 단체 구성조차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본부와 가맹점 양측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절충안으로 최소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며 “입법예고 기간 동안 다양한 의견을 듣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