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개헌, 제안 당시 적용 안돼
최고위층 간보기식 여론전 ‘개탄’
논란 매듭지을 사람은 ‘단 한명’
명확한 입장·약속 기다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과 남미 등의 순방을 마치고 돌아왔다. 자리를 비운 사이 국내에서는 크고 작은 정치적 이슈들이 생겼고, 이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에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국회의장의 입에서는 결코 나와서는 안 될 말이 나왔다. 조정식 국회의장이 현직 대통령의 연임 문제를 두고 “국민 선택의 문제”라고 말해 논란이 일자, 결국 SNS를 통해 “본의와 다르게 오해와 논란을 불러일으킨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현직 대통령의 연임은 개헌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석연치 않은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현행 헌법 128조 2항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을 위한 개헌도 그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임 우원식 의장조차 이 조항을 근거로 “해당 대통령엔 적용 안 된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럼에도 조 의장은 정권 연장을 염두에 둔 개헌 논란에 스스로 불을 붙였다. 불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원철 법제처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결국 국민이 결단해야 할 문제”라 했고, 같은해 12월 김민석 전 국무총리도 “5년이 너무 짧다”고 언급했다. 시차를 두고 여권 핵심 인사들의 입에서 반복적으로 흘러나온 이 발언들을 단순한 우연이나 개인 소신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국회의장실은 “헌법 128조 2항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헌법이 이미 답을 정해놓은 문제를 굳이 ‘국민 선택’이라 되물은 것은 자백에 가깝다. 여권 관계자조차 “얼떨결에 평소 생각을 말한 것”이라 전했다는 사실이, 이 발언이 순간의 실수가 아니라 내심의 노출이었음을 방증한다. 평소 여권에 우호적이던 진보 매체마저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정면 비판하고 나선 것도 예사롭지 않다. 좌우를 막론하고 누구도 이를 원론적 소신 표명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비판이 이어지자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민이 용인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 장면은 다수의 국민에게 최고 실세 한 명이 먼저 여론을 떠보고 여의치 않으면 또 다른 실세가 나서 부인하며 정리하는 익숙한 패턴으로 비칠 뿐이다. 특히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까지 같은 취지의 말을 보탰다는 것은, 여권 내부에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의제를 국회의장의 입을 빌려 공론화한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낳는다. 여론의 반응을 가늠해보는 정치적 시험비행에 가깝다는 의심을 지우기 힘든 이유다.
대통령의 임기와 국가 권력 구조를 결정하는 중대한 문제가 최고위 인사들의 간보기식 여론전으로 다뤄지는 현실은 개탄스럽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이른바 3고(三苦)에 신음하는 국민 앞에서 정부와 국회가 서둘러야 할 것은 삶을 짓누르는 민생 현안이지, 정권 연장을 위한 개헌 프레임이 아니다.
권력은 스스로 절제하지 않으면 반드시 시험대에 오르고, 시험대에 오른 권력은 결국 국민의 심판 앞에 선다. 헌법은 대한민국이라는 집을 지탱하는 대들보와 같다. 아무리 그럴듯한 확장 설계도를 들이밀어도, 대들보를 함부로 건드리는 순간 집 전체가 위태로워진다는 것은 목수라면 누구나 아는 이치다. 헌법 128조 2항이라는 대들보를 슬쩍 흔들어보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지금, 여권 핵심 인사들은 그 이치를 잊은 듯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화려한 증축이 아니라, 흔들린 기둥을 다시 바로 세우는 일이다.
이제 이 논란을 매듭지을 사람은 단 한 사람, 이재명 대통령뿐이다. 실세들이 저마다 다른 목소리로 여론의 반응을 재는 동안 정작 그 흔들림을 멈출 진짜 책임은 현직 대통령 한 사람에게 있다. 정략적 개헌 논의를 즉각 중단시키고 연임을 검토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스스로의 언어로, 에두르지 않고 직접 밝히는 것 외에 국민적 의심을 잠재울 길은 없어 보인다. 참모의 해명이 아니라 대통령의 육성이어야 하고 뒤늦은 진화가 아니라 진심 어린 다짐이어야 한다.
국민은 누군가 먼저 여론을 떠보고 누군가 뒤늦게 부인하는 정치적 간보기가 아니라,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과 약속을 기다리고 있다. 그 답을 미루는 시간만큼,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신뢰는 빠르게 무너져 갈 것이다.
/봉성범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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