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기자회견 열고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 선언

“채무 갚기 위해 다시 지방채 발행하는 악순환”

고위공직자 경비 삭감, 재정 정상화 방안 발표

“재정위기 이유로 민생 포기하지 않겠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5일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경기도 재정상황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8.5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5일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경기도 재정상황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8.5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재정상태를 ‘비상 상황’이라고 공식 규정했다.

추미애 지사는 지금 조치를 하지 않으면 2~3년 뒤 또다시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업무추진비 삭감, 낭비성 예산 차단, 조직 재정비, 제도 개선 등 4대 재정 정상화 방안도 발표했다.

‘단순한 긴축’이 아니라 구조적 재정위기를 공식 인정하고 근본적 해법을 마련하겠다는 선언이다.

추미애 지사는 5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경기도의 재정상황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두고 과장이나 명분 쌓기 아니냐는 오해가 있다”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 지금 경기도는 새로운 공약사업을 추진하기는커녕, 이미 진행 중인 사업조차 온전히 유지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어 “민선8기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상당수 민생사업과 필수사업의 올해 예산을 12개월이 아닌 9개월분만 편성했다”며 “취임 직후에야 이 중대한 사실과 구체적인 재정 실상을 보고받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공직사회 내부에서조차 재정상황에 대한 공유가 없고, 심각성마저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라고 강조했다.

추 지사는 “시간이 흐른다고 경기도 재정 상황이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불과 2~3년 뒤에는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해 또다시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며 “더 늦기 전에 재정을 바로 세우고 도민의 삶과 경기도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결단을 해야 한다”고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 선언 취지를 설명했다.

2025년 경기도의 지방채 발행 현황.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AI(ChatGPT)를 활용해 제작.
2025년 경기도의 지방채 발행 현황.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AI(ChatGPT)를 활용해 제작.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2025년 한 해 동안 총 3차례에 걸쳐 약 9천430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이는 지방채 발행 한도인 9천460억 원의 99.6%에 육박한 수치다. 지방채 발행은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에 더해 지난해 5월에는 용도가 정해진 기금까지 손쉽게 다른 용도로 끌어다 쓸 수 있도록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조례를 개정했다. 조례 개정 이후 3차 추경을 통해 각종 기금에 있던 약 5,588억 원의 재원을 통합계정을 거쳐 일반회계 등으로 끌어다 사용했다. 예를 들면 남북교류와 평화협력 사업을 위해 조성한 남북협력기금 384억 원 가운데 340억 원을 통합계정에 예탁 이전했다. 남북협력기금은 이제 44억 원만 남게 됐다.

추 지사는 “지방채를 발행하고 각종 기금까지 끌어다 쓰며 눈속임으로 당장의 위기를 넘겼지만, 그렇게 하고도 올해 예산조차 온전히 편성하지 못했다. 미완(未完)의 미생(未生) 예산이다”라며 “그 대가는 민생예산의 부실로 이어졌다”고 현재의 재정 상황을 지적했다.

이어 “예산담당부서 보고에 따르면 올해만 약 7천700억 원 규모의 감액추경이 필요한 상황이다”라며 “이제는 마른 땅에 풀 한 포기 남지 않은 것처럼 더 이상 끌어다 쓸 재원도, 위기를 미룰 여력도 남아 있지 않다. 임시방편으로 위기를 가리는 동안 경기도 재정을 바로잡을 골든타임마저 놓쳐버리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5일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경기도 재정상황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8.5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5일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경기도 재정상황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8.5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경기도의 구조적 재정문제 해결을 위한 4대 재정 정상화 방안을 밝히면서, 도지사를 포함한 고위공직자의 업무추진비 등 각종 경비를 감액하겠다고 밝혔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을 즉각 시행하겠다고도 했다.

추 지사는 재정지출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경기도의 세입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한 제도개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추 지사는 지방소비세 확충과 기업 유치에 따른 세수의 합리적 배분, 국고보조사업의 과도한 지방비 부담 개선 등을 개혁과제로 제시했다.

추 지사는 “재정위기가 하루아침에 시작된 것이 아닌 만큼 이를 바로잡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과 고통이 따를 것”이라면서도 “그 고통을 사회적 약자와 서민의 삶에 떠넘기지 않겠다. 불필요한 곳에서 먼저 줄이고 더 큰 책임이 있는 곳에서 더 많이 감당하는 공정한 재정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의 어려움을 다음 세대의 빚으로 넘기지 않고 더 나은 경기도를 위한 새로운 전환점으로 만들겠다”면서 경기도의회와 31개 시군의 협력도 요청했다.

/마주영·김태강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