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그 교회를 이기지 못하리라.” 신약 마태복음 16장 18절이다. ‘음부의 권세’의 영어 원문은 ‘The gates of Hades/hell’이다. 직역하면 ‘지옥의 문’인데 믿음의 공동체를 위협하는 원죄의 의역이라 한다. 인류를 도탄에 빠뜨린 대재앙을 ‘지옥문이 열렸다’고 표현한 문헌이 즐비하다. 흑사병과 1, 2차 세계대전급 역사적 참사를 표현할 최상급 어휘다. 지옥문 개방급 재앙은 신앙, 법률, 문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봉인해야 한다. 걸그룹 헌트릭스가 혼문으로 귀마의 귀문을 막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스토리에 전 세계가 공감한 이유다.
형사소송법 개정을 전후로 여론에 ‘지옥’이 회자된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인 김진주(필명) 씨는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개정 형소법을 헌정한 민주당 김용민 의원에게 “지옥에나 가세요”라고 저격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개정 형소법이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당일 김씨와 함께 ‘보완수사 금지, 지옥문이 열렸다’는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민주당은 개정 형소법이 폐지한 보완수사권을 완벽하게 보완했다며 야당의 지옥론을 검찰개혁 방해 선동이라 반론한다. 하지만 다수 민심은 개정 형소법으로 인한 수사 지옥을 우려한다. 제2의 부산 돌려차기 사건과 장윤기 사건을 규명할 수단이 사라졌다. 불송치 사건의 피해자들이 이의제기 하려면 직접 수사기록을 열람하느라 생계와 피해복구를 팽개쳐야 한다. 피해회복과 범죄축소를 대행할 거대한 변호사 시장이 열렸다. 무력한 사기 피해자들은 떼돈을 챙긴 사기꾼이 고용한 거대 로펌과 맞서야 한다.
정당한 공소를 위한 보완수사일 뿐이다. 김씨는 이를 폐지해 국민이 얻을 이익이 없다고 단언한다. 음부의 권세가 법치와 범죄 피해자를 희롱하는 세상이 되면 국민이 지옥에 갇힌다. 1년 가까이 수사 중인 무소속 김병기 의원 비리 의혹수사에 대해 국가수사본부장은 “속도를 내려고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 앞으로 형사사건 피해자들의 진을 뺄 수사 경찰들의 모범답안일까 봐 두렵다.
국민 다수가 개정 형소법 강행 처리가 집권여당 전당대회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 보완수사권 존치를 지지했던 대통령의 고민이 깊은 듯하다. 전당대회 때문이면, 전대 이후에 전대 결과에 따라 다시 한번 숙의의 공간을 열어도 될 테다. 대통령과 여당을 위한 고언이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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