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경찰수사관 1인 평균사건 133.8건

업무부담 가중돼 민원 경중부터 따질것

형소법 개정, 긍정적 변화 설명 ‘불충분’

김우성 서울취재본부장
김우성 서울취재본부장

기자들에겐 제보가 쏟아진다. 하지만 제보가 곧 취재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취재를 했다 하여 전부 보도되는 것도 아니다. 급박한 이슈가 벌어지는 현장 등을 제외하고, 제보 대부분이 길게든 짧게든 뜸들이는 과정을 거친다.

이유는 다양하다. 어떤 제보는 해당분야에 대한 공부가 선행돼야 하고, 어떤 제보는 장기간 물고 늘어져야 윤곽이 떠오른다. 또 어떤 제보는 매체 입장에서의 기사밸류를 고민하게 된다. 유사한 제보가 밀려 있는 상황에서 더 먼저 취재해달라고, 더 비중있게 다뤄달라고 부탁이 들어오기도 한다. 취재는 했는데 기사를 못 낼 때도 있다. 타이밍을 놓쳐 보도가치가 사라져서인 경우도 있고, 파고들어 보니 진실과 동떨어져서인 경우도 있다. 공적·사적 이해관계가 충돌하기도 한다.

제보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언론의 문을 두드리지만, 수많은 제보가 사장되는 과정을 겪다 보면 이들의 절실함에 무뎌지게 된다. 제보가 중요한지 안 중요한지는 제보자의 기준이 아닐 수 있겠다는 자기합리화의 유혹에 빠져든다. 사회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언론으로서 사명감이 무색해진다.

제보자들은 자신의 제보가 가로막혔을 때 다른 언론사 혹은 유튜브 등 다른 형태의 미디어를 찾아간다. 선택은 제보자의 자유이자 권리다. 자칫 묻힐 뻔한 제보였다가 이렇게 제2, 제3의 대안을 통해 실체를 드러낸 사례가 부지기수다.

경찰수사도 흐름이 비슷한 것 같다. 경찰관들에겐 시시때때로 사건이 쏟아진다. 그러나 사건 접수가 곧 즉각적인 수사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근본 원인으로 업무과중이 지목된다. 지난 2023년 고소·고발 반려제 폐지에 따라 요건도 안 되는 사건까지 경찰이 접수하게 되면서 업무부담이 크게 늘고, 복잡한 법률관계 사건도 급증하는 추세다. 신종범죄 확산속도는 단속·차단속도보다 4배가량 빠른 것으로 분석된다.

자신의 담당사건에만 매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학교폭력·성폭력, 토착비리 척결 등 당대 역점정책이 우선시되고 사회적 시선이 집중되는 대형사건에 먼저 투입되기도 한다. 와중에 112신고 현장도 출동해야 하고, 피해자·피의자들은 수시로 수사관 교체를 요구한다.

지난해 국내 경찰수사관 1인당 평균 접수사건은 133.8건으로 평일 기준 이틀에 하나 꼴이다. 이런 가운데 검사의 보완수사 의무가 경찰로 넘어오며 업무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원인 한 명 한 명은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경찰서 문을 두드리겠지만, 경찰 입장에서는 그런 사정을 헤아릴 겨를도 없이 업무적인 경중부터 따질 수밖에 없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경찰수사에서 억울함을 풀지 못한 민원인들에게 제2, 제3의 대안을 선택할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씨는 보완수사권 폐지가 “피해자들에겐 지옥”이라 했고, 여성단체들은 장윤기 사건을 들어 “보완수사권 폐지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이라고 호소했다. 고 김창민 감독의 아버지는 공개석상에 어렵게 나와 “보완수사권마저 없었다면 사건이 그대로 묻혔을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경찰수사에 대한 보완장치가 사라졌을 때 뭐가 안 좋아질지 가늠해볼 수 있는 사례는 있는데, 국민들이 체감할 긍정적 변화에 대한 설명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찰이 사건을 덮으려 하면 검사가 언론사를 찾아가면 된다고도 하고, 변호사 비용이 부담되면 국선변호사를 활용하면 된다고 한다. 문제 생기면 다시 바꾸면 된다는 말도 나온다.

여당 한쪽에선 노무현 대통령의 숙제를 풀었다고 하는데 또 한쪽에선 노무현 대통령은 사적 이익을 위해 국가권력을 비틀진 않았다며, 그건 노무현의 정치가 아니라고 한다.

형사소송법 개정에 가장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받는 한 의원은 SNS에 “검찰개혁은 국가폭력의 피해자들로부터 시작됐으나 범죄 피해자들도 보호하기 위해 많은 제도를 담았다”면서 “용기낸 피해자들께 감사드린다”고 썼다. 형소법 개정을 위해 용기 낸 피해자는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김우성 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