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설유치원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병설유치원은 그동안 보건인력 배치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고, 응급상황 시에도 초동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됐다. 제도의 빈틈을 현장 교사들에게 맡겨온 불합리를 이제 바로잡아야 한다.
인천지역 공립유치원 187곳 가운데 89.3%인 167곳이 병설유치원이다. 현재 유치원 보건인력은 20명인데, 모두 단설유치원에만 배치되어 있다. 병설유치원에는 한 울타리 안에 초등학교 보건실이 있지만, 원아들이 보건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받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한 병설유치원에서 부상을 입은 원아가 초교 보건실을 찾았지만 조치를 받지 못했다.
경기지역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공립유치원 1천200여곳의 보건인력은 현재 17명에 불과하다. 모두 단설유치원에 배치되어 있다. 인천과 마찬가지로 병설유치원에는 전담 보건인력이 전무하다. 전국 상황도 심각하다. KESS(교육통계서비스) 2025년 교육통계 연보를 보면, 전국 유치원 8천140곳에 배치된 보건인력은 344명뿐이다. 국립유치원 2명, 공립유치원 333명, 사립유치원 9명이 전부다. 48만여 명의 원아를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병설유치원 보건 공백은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과제다.
현행 학교보건법상 초등 보건교사가 병설유치원 보건교사를 겸직할 수 있다. 하지만 유아교육법에서는 유치원의 보건인력을 보건교사가 아닌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로만 규정돼 있었다. 법적 모호성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5월 유아교육법이 개정돼 유치원에도 보건교사를 둘 수 있게 됐지만, 현장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보건교사단체는 교사 1명이 초교와 유치원의 보건업무를 겸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유아는 작은 부상도 순식간에 응급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교육활동에 전념해야 할 유치원 교사에게 의료적 판단까지 맡기는 것은 바람직한 구조가 아니다. 결국 피해는 적절한 조치를 제때 받지 못하는 원아들이 입게 된다. 인천시교육청은 내년에 보건인력 10여명을 배치할 계획이고, 경기도교육청도 교육부에 보건교사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유치원에 인력을 찔끔 늘리는 방식으로는 구조적 공백을 메울 수가 없다. 교육당국은 병설이든 단설이든 모든 공립유치원에 최소한의 보건인력을 배치하는 제도와 예산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아이들의 건강권은 학교 형태나 행정 편의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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