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햇볕에 내부 달아올라… 그늘도 땀 줄줄

경기도 ‘감액 추경’ 예고에 민간 지원단체 걱정

“복지 예산 줄이면 이들의 삶에 직접적 영향”

7일 정오께 수원역환승센터 아래 그늘진 공간에 노숙인들이 생활하는 텐트가 설치돼 있다.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거리 노숙인들은 고가도로 아래 그늘과 텐트를 오가며 더위를 피하고 있다. 2026.8.7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7일 정오께 수원역환승센터 아래 그늘진 공간에 노숙인들이 생활하는 텐트가 설치돼 있다.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거리 노숙인들은 고가도로 아래 그늘과 텐트를 오가며 더위를 피하고 있다. 2026.8.7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요즘 같은 때는 낮보다 밤이 더 힘들죠. 열대야가 오면 바람이 안 불거든요.”

이어지는 무더위 속에 온열 질환자가 잇따르는 가운데, 경기도 내 노숙인 텐트촌에서도 위태로운 여름나기가 이어지고 있다. 민간 지원단체가 폭염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최근 경기도의 감액 추경 예고로 지원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것이 현장의 상황이다.

7일 정오께 찾은 1호선·수인분당선 수원역 인근. 고가도로 아래 그늘진 공간을 따라 노숙인들이 생활하는 텐트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수원역환승센터 고가도로 아래서 만난 노숙인 A씨는 올여름에는 낮보다 밤을 견디기가 더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낮에는 그늘을 찾을 수 있지만 열대야가 이어지는 밤에는 바람도 불지 않아 열기가 식지 않아서다. A씨는 “모기에 물리더라도 바깥에서 자는데 올해는 저녁에도 바람이 안 불고 후덥지근하다”고 말했다.

한겨울 추위를 막아주던 텐트는 한여름에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강한 햇볕에 내부가 달아오르자 노숙인들은 밖으로 나와 그늘에서 땀을 식히려 했지만, 이마의 땀을 닦아내도 금세 다시 송골송골 맺혔다.

발걸음을 옮겨 매산지구대 근처의 정나눔터로 향하자 점심 배식을 기다리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무료급식소인 이곳은 밤이면 무더위쉼터로 바껴 내부에 매트리스를 깔고 노숙인들이 잠을 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나눔터 야간 쉼터 이용자는 운영 초기 하루 4~5명에서 최근 15명 안팎으로 늘었다. 이곳은 노숙인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다. 도내 노숙인은 매년 800명 안팎으로 집계되는데, 시설에 입소하지 않거나 지원기관과 접촉하지 않는 거리 노숙인은 이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7일 정오께 수원역 매산지구대 인근 정나눔터 앞에서 점심 배식을 기다리는 이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무료급식소인 정나눔터는 폭염 기간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무더위쉼터로 운영돼 노숙인들이 열대야를 피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26.8.7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7일 정오께 수원역 매산지구대 인근 정나눔터 앞에서 점심 배식을 기다리는 이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무료급식소인 정나눔터는 폭염 기간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무더위쉼터로 운영돼 노숙인들이 열대야를 피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26.8.7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특히 알코올 의존 문제가 있는 경우 노숙인 시설이나 의료기관을 찾는 걸 꺼려하기도 한다. 민간단체가 현장을 돌며 제도권 지원에 닿지 않는 이런 이들의 상태를 살피고, 생필품을 전달하는 활동을 통해 미등록 노숙인 사각지대 문제를 일부 메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추미애 도지사가 도예산 감액 추경을 예고하면서 현장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구체적인 조정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관련 예산이 줄 경우 거리 노숙인을 직접 찾아가는 아웃리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나눔터를 운영하는 수원다시서기 노숙인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노숙인 지원은 공공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람들을 마지막으로 붙잡는 역할을 하는데, 감액추경 과정에서 관련 예산이 어떻게 될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제 상황이나 기후 환경이 어려워질수록 취약계층은 다른 집단보다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복지 예산을 줄이면 이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기본적인 삶을 챙기는 것은 지방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