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일 호흡 불안정 아기 응급상황 이송
강민호 구급대원, 경찰에 에스코트 요청
2분 만에 온 경찰, 확성기로 “길 비켜달라”
수원서 화성까지 18분… ‘골든타임’ 지켜
박두희 경사 “막힌 길, 시민분들 적극 양보”
“신생아 이송 중입니다. 길을 비켜주세요!”
지난달 3일 금요일 오후 6시 퇴근 시간대, 수원시 고색동 수원덕산병원에서 화성시 석우동 한림대동탄성심병원까지 14㎞거리를 내비게이션이 안내한 시간은 50분. 하지만 인큐베이터 속 채민이가 버티긴 어려운 시간이었다. 당시 생후 2일이었지만 폐가 펴지지 않는 증상으로 호흡이 불안정해져 인큐베이터로 옮겨진 채민이는 한시가 빨리 중환자실로 이송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채민이의 호흡수는 분당 80회에 달했다.
강민호 구급대원(하남 EMS)은 그 순간 곧장 수원권선경찰서에 신고 전화를 걸어 에스코트를 요청했다. 2분만에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아이 상태를 확인할 틈도 없이 구급차를 뒤따랐다. 출발 이후부터는 구급차보다 앞에서 사이렌을 울리며 확성기로 “길을 터달라”고 외친 덕분에 구급차는 18분만에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고, 채민이는 바로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당시 순찰차를 운전했던 박두희 경사는 “퇴근 시간이라 도로가 꽉 막혀 있었다. 세류지하차도가 가장 막혀있던 구간이었다. 그런데도 시민분들이 양옆으로 차를 움직여서 구급차가 지나갈 길을 만들어주셔서 금방 빠져나올 수 있었다. 거의 다 도착해서 시내버스와 (어쩔 수 없이) 엉켜 2분 정도 이동하지 못했던 순간 제외하고는 쭉 내달렸다”고 떠올렸다.
박 경사는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며 이동 차량들에 신호를 주면서 운전을 하고, 조수석에 탑승한 조광호 경감은 “차량을 피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거리에서는 순찰차가 먼저 이동해 앞에서 오는 차량들을 막아주는 역할도 수행했다.
모든 구급차가 이송할 때 경찰의 도움을 받는 것은 아니다. 강민호 구급대원이 이번에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이유는 채민이의 상태가 위급했기 때문이다. 강 구급대원은 “의사 선생님에게 (아이의 상태를) 재차 물었는데 ‘서둘러 이동해야 한다’고 하셔서 바로 경찰에 전화했다. 구급차 안에선 응급처치가 한정적이라 최대한 시간을 단축해야겠다는 판단이 섰다”며 “앞에 순찰차에서 경찰 분들이 고함을 지르면서 비켜달라고 하니 평소보다 더 시민분들이 적극적으로 비켜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 구급대원은 “사실 사설 구급차에 대한 인식이 많이 안좋은데(위급하지 않은 상황에도 사이렌을 켜고 달린다는 편견), 이제는 (비응급 상황에 사이렌을 울리면 안되게) 법이 개정되기도 했고 예전처럼 운영하지 않으니까 사설 구급차가 보이더라도 최대한 비켜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수원권선경찰서와 구급대원의 협업 덕분에 채민이는 10박 11일 동안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현재는 퇴원한 상태다.
채민이의 아버지 방환식(41)씨는 “부모 입장에서 1분 1초가 급박한 상황이었는데, 내비게이션상으로 1시간 가량 걸린다고 나오길래 가슴이 철렁했다”며 “그런데 경찰 분들과 구급대원 분들이 자기 일처럼 채민이를 빨리 이송해줘서 너무 감사하다. 덕분에 아이는 퇴원하고 병원을 오가며 진료받고 있다. 채민이를 건강하게 잘 키울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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