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관할 경계 ‘종전 명문화’… 새 법적근거 마련해야
정부 공유수면 자치권 인정하지만
어디까지 권한인지 명확히 구분 안돼
획정 법안 국회 계류중 반대 여론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국내 지방자치단체 간 해상 경계는 법으로 명시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우리나라 공유수면을 포함한 자치단체의 관할 경계는 지방자치법에 ‘종전에 의한다’고만 명문화돼 있다. 여기서 종전 기준 최초 시점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15일을 의미한다. 정부가 지자체의 공유수면 자치권은 인정하면서도, 정작 어디까지 권한이 미치는지에 대한 경계는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바닷모래 채취권이나 어업권, 바다 매립에 따른 자치단체간 관할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해상풍력사업에 따른 갈등까지 더해져 분쟁이 확대되는 추세다.
■ 옹진군·태안군, 바닷모래 두고 해상 경계 분쟁
섬으로 이뤄진 인천의 기초자치단체인 옹진군은 과거 바닷모래 채취 허가권 등을 두고 충남 태안군과 수년간 법적 분쟁을 벌였다.
2004년 태안군은 옹진군 덕적면 울도에서 4㎞ 떨어진 가덕도(옹진군 덕적면 소속) 부근 공유수면에서 바닷모래 550만㎥에 대한 채취 허가를 관련 사업자에게 내줬다. 당시 바닷모래 채취를 반대하던 인천의 환경단체는 태안군이 허가한 공유수면이 옹진군 관할의 해역에 해당한다고 주장했고, 옹진군 역시 관계부처에 유권해석을 구했다. 하지만 해양수산부와 국토지리정보원 등에서는 해상 경계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다며 사법부에 판단을 구해야 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결국 옹진군은 2005년 5월31일 태안군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또 같은 해 인천지법에 태안군의 바닷모래 채취 이익금 41억원에 대한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4년 뒤인 2009년 7월 헌법재판소는 1960년대와 1970년대 발행된 국가기본도(우리나라 공식 지도)에 일부 표기된 해도를 근거로 옹진군의 손을 들어줬다.
■ 해상풍력 해상 경계 분쟁 잇따라… 인천도 예외 아냐
제주도와 전남 완도군은 2023년부터 해상 경계를 놓고 분쟁 중이다. 완도군에서 제주시 사수도 인근에 해상풍력사업을 위한 민간업체의 풍황계측기 설치 허가를 내주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제주도는 제주 관할 해역에 완도군이 공유수면 사용을 허가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그러자 완도군은 지난해 제주도가 진행 중인 추자 해상풍력사업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발전단지 예정지 일부가 전남 완도군 해역에 속한다는 이유였다. 결국 제주도는 해상풍력발전단지 규모를 기존 3GW에서 2.37GW로 축소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경남 남해군과 통영시도 해상풍력사업에 대한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권을 놓고 2022년 갈등을 겪었다. 당시 헌법재판소에서는 통영시와 남해군에 속하는 각 섬의 중간 지점을 이은 등거리 기준으로 남해군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옹진군과 태안군의 분쟁에서 헌법재판소가 확정한 해상 경계는 경기 안산시 풍도 인근부터 가덕도 인근까지다. 하지만 풍도 해상풍력사업이 진행 중인 풍도 남쪽 해상부터 육지 해안선까지는 해상 경계가 모호하고 기준으로 삼을 법적 판단 근거도 없는 상태다.
■ 해양관할구역 법안 국회 계류 중…일각 반발도
현재 국회에는 자치단체 간 해상 경계를 명확히 나누도록 하는 ‘해양관할구역 획정 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해양관할구역을 설정하는 원칙과 기준을 만들고 관련 내용을 심의·의결하는 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법안 세부 내용에 따라 해상 경계선에 대한 자치단체별 유불리가 갈릴 수 있어 반대 여론도 큰 상황이다. 새만금 신항 공유수면 매립지의 관할권을 두고 전북 김제시와 다툼을 벌이고 있는 군산시는 국회에 올라와 있는 법안은 해양경계선을 정할 때 고려해야 할 우선순위 등이 명확하지 않다며 오히려 분쟁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해상 경계 분쟁 사건에서 ‘명시적 법령’, ‘행정 및 주민 생활상 관습’, ‘형평 원칙(등거리 기준)’ 순서로 우선순위를 두고 판결했다. 앞선 옹진군과 태안군 분쟁 역시 ‘종전에 의한다’는 명시적 법령에 따라 국가기본도에 근거해 해상 경계선을 판단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해상 경계를 두고 자치단체 간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해양관할구역 획정을 위한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상태”라며 “법제화가 되면 해상 경계선을 나눌 세부 원칙과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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