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구도심 상권 침체 상징
어르신들 ‘피서 명당’ 재탄생
유동 인구 늘어 상점도 활기
인천 지역 구도심 상권 침체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지하상가가 최근 폭염 속에서 시민들의 ‘무더위 피난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10시께 인천 제물포구 신포동 일대. 강한 햇볕이 아스팔트 도로를 달구는 불볕더위에 거리는 한산했다. 몇몇 시민들은 양산을 쓰거나 손선풍기를 든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산한 거리와 달리, 냉방시설이 갖춰진 신포 지하도상가는 상점들이 문을 열기 전부터 시민들이 오가며 북적였다. 지하도상가에 들어선 시민들은 선풍기와 에어컨 바람으로 몸을 식히고, 손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닦으며 한숨을 돌렸다.
홍모(80)씨는 “밖은 너무 더워서 조금만 걸어도 머리가 어지럽다”며 “행정복지센터에 잠시 들렀다가 친구를 만나러 카페로 가고 있다. 요즘은 날씨가 너무 더워서 일부러 지하도로 걸어 다닌다”고 했다.
2024년 동인천역 지하상가에 마련된 쉼터 ‘머무름’은 구도심 지역 노인들의 ‘피서 명당’으로 입소문이 났다. 이날도 30여 명의 노인들이 이곳에서 신문을 보거나, 담소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어르신들은 행정복지센터, 은행 등 다른 실내 무더위쉼터와 달리 이곳은 이용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돼 좋다고 입을 모았다. 김모(69)씨는 “행정복지센터와 은행도 가봤지만, 이용자들을 위한 의자만 마련돼 있고 직원들도 나를 쳐다보고 있는 기분이 들어 눈치가 보였다”며 “이곳은 의자도 편안하고, 나처럼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도 많아 편하다”고 했다.
우모(84)씨는 “돈도 내지 않아도 되고 눈치도 보이지 않으니 이곳만 한 휴식처가 없다”며 “집에서 혼자 에어컨을 켜고 있기 부담스러워서 집에선 식사만 하고 이곳에 나와 하루 종일 친구들과 수다를 떤다”고 했다.
이날 오후 1시30분께 찾은 미추홀구 주안역 지하상가도 무더위를 피해 모인 시민들로 가득했다. 박모(64)씨는 “볼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다 너무 더워서 눈앞에 보이는 지하상가 입구로 무작정 들어왔다”며 “평소에 지하상가를 자주 방문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밖이 너무 더우니 최대한 냉방기기가 설치된 지하도를 이용한다”고 했다.
유동 인구가 늘어나면서 지하상가 상권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아들과 함께 동인천역 지하상가를 찾은 박모(43)씨는 “지하도를 통해 목적지까지 가다가 옷이나 가방 등이 눈에 띄어 종종 상점으로 들어가 구매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곳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모(64)씨는 “평소에도 날씨가 아주 덥거나 비가 오면 지하상가를 통해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번 여름은 워낙 덥다 보니 항상 사람들이 많다”며 “쇼핑을 목적으로 지하도상가를 오지 않았더라도 지하도를 걸으며 옷을 구경하다 구매까지 하는 손님들이 늘었다”고 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