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기 힘든 티켓 전날 밤 취소
당근마켓에 ‘스파이더맨 4만원’
처벌할 현행 법 없어 사각지대
수원시 영통구에 거주하는 30대 A씨는 지난 2일 영화 ‘호프’의 한정판 포스터인 ‘아트그라피’를 받기 위해 고양스타필드까지 갔다. 3대 멀티플렉스 중 한 곳인 메가박스가 주말인 지난 1~2일 전국 12개 극장에서 프리미엄 포스터 ‘아트그라피’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인근 수원AK플라자와 하남스타필드는 모두 매진됐기 때문이다.
황당한 일은 무료 취소가 가능한 전날 밤부터 취소표가 잇따라 나왔다는 점이다. 특전이 걸린 영화표를 미리 확보해 웃돈을 붙여 되팔려다 팔리지 않은 표를 취소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A씨는 “가까운 곳에 자리가 없어 하나 남은 조조 시간표를 예매해 고양까지 다녀왔는데, 전날 밤부터 취소표가 무더기로 나왔다”며 “영화 포스터가 너무 갖고 싶어서 다녀왔지만 허탈했다”고 말했다.
영화관들이 팬데믹 이후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한정 굿즈를 증정하는 ‘특전’을 확대하면서 영화표에 웃돈을 붙여 되파는 이른바 암표까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영화표 암표 거래를 직접 처벌할 근거가 없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극장 전체 매출액은 5천790억원, 전체 관객 수는 5천705만명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9%(1천711억원), 관객 수는 34.2%(1천455만명) 증가했다. 팬데믹 이전인 2017~2019년 상반기 평균 매출액(8천390억원)과 비교하면 69.0% 수준까지 회복한 것이다.
매출액 증가 배경에는 한국영화 흥행과 함께 한정 굿즈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팬데믹 이후 영화관들이 오리지널 티켓(메가박스), 아트카드(롯데시네마), 필름마크(CGV) 등 한정 굿즈 증정 이벤트를 확대했고, 개봉 주차별·특별관별 특전을 통해 반복 관람을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지역·특별관의 선착순 특전 영화표에 웃돈을 붙여 판매하는 암표까지 등장한 것이다.
실제 지난 7일 오후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주말인 8~9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상영하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의 특전 영화표를 판매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회차는 ‘피터 파커의 편지 세트’를 증정하는 개봉 2주차 주말 현장 증정 이벤트가 열리는 날이다. 매진 가능성이 없는 첫날 조조 시간대 가격은 정가 3만4천원보다 비싼 4만원이 제시됐다.
상황이 이렇지만 영화표 암표 거래는 현행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 공연법에 따라 매크로 등 부정한 방법으로 ‘공연 입장권’을 구매한 뒤 웃돈을 받고 판매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지만, 영화는 공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관들도 자체 약관이나 공지를 통해 거래를 제한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약관을 위반할 경우 이용 정지 등의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회원 방침을 정하고 있지만, 실제 거래를 찾아내 적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특히 법 위반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비매품인 특전의 판매 목적 수령은 삼가 달라’는 수준의 공지를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