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위·주민·의회 결합 2단계 선출 바람직

시·도 교육행정협 권한 대폭 강화 병행도

정치 논리 넘어 학계·현장 주도 절충 절실

신원철 인천 연수구 초대·2대 민선구청장·객원논설위원
신원철 인천 연수구 초대·2대 민선구청장·객원논설위원

지방교육자치제가 본격 시행된 이후 교육감 선거 제도는 계속 문제점을 양산하며 근본적 대안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형국이 됐다. 과거 학교 운영위원 중심의 간선제 시절에는 줄 세우기와 금품 비리라는 치명적 부작용에 신음했고, 이를 개선하겠다며 2007년에 도입한 직선제는 깜깜이 선거와 무관심이라는 또 다른 늪에 빠져들었다. 전국적으로 이번 선거의 무효표가 108만표, 인천에서도 당락 격차의 다섯 배에 달하는 5만5천410표의 무효표가 쏟아졌다.

언론과 시민사회가 지적해 온 현행 직선제의 문제는 절대 가볍지 않다. 유권자 대부분은 후보의 교육 철학이나 공약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투표소로 향한다. 정당 공천이 배제되어 있음에도 후보들은 특정 정당의 상징색을 입고 나타나 진영 대립을 부추긴다. 막대한 선거 비용은 능력 있는 교육 전문가의 진입을 막고 사비(私費)에 의존하는 돈 선거의 구조를 고착했다. 또 광역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이 정치적 궤를 달리할 때마다 돌봄, 급식, 교육복지, 학교 신설 등 주민의 삶과 밀접한 현안들이 표류했다. 이를 두고 아이들의 미래를 담보한 권력 투쟁이라는 비판과 함께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또는 자치단체장 임명제로의 전환이 개선책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여전히 대립하고 있다.

백년대계(百年大計)라 불리는 교육의 수장을 뽑는 일이 교육자치의 진정한 주권을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와는 다른 결과로 나타나는 현실에서 정치권 일각에서 제안하는 러닝메이트제나 임명제 역시 정답이 되기는 어렵다. 지자체장이 교육감을 파트너로 지명하거나 임명할 경우, 헌법이 명시한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뿌리째 흔들릴 위험이 크다. 확실한 견제 장치가 없으면 교육이 지방정치의 하수인으로 전락하고, 정권이나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학교 현장의 교육과정이 뒤흔들리는 파행이 반복될 것이 자명하다.

정치권은 당리당략으로 접근하는 바람에 각 당이 내놓는 개선책에는 극명한 차이가 있다. 최근 중립 성향의 교육학계와 지방자치학계의 공청회 및 학술 논의에서 극단적 대립을 넘어서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음은 다행이다. 정치권의 대안을 비판하면서 정치적 중립성과 교육자치라는 두 가치를 조화시키는 절충형 모델을 비중 있게 조명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직선제 유지냐 아니면 임명제로의 회귀냐는 선택적 이분법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둘 다 치명적 문제점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개혁 방향은 일부 학회 등에서 검토한 검증된 추천위원회와 주민·의회의 참정권을 결합한 2단계 선출 구조다. 우선 독립적이고 공정한 교육감 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의 전문성과 도덕성을 엄격히 사전 검증하는 것이다. 정치권의 지분을 20~30% 이하로 제한해 정치적 영향력을 차단하고 교원, 학부모 연합회, 교육 전문가, 그리고 무작위 추첨으로 선발한 시민참여단의 비중을 대폭 늘리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일정 기간 당적을 가졌거나 정치에 관여한 인사의 후보 등록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검증 과정을 전면 공개하며, 위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엄선한 복수 후보를 대상으로 주민투표나 지방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선출하는 방식이 어떤가 하는 것이다.

현재 단순 자문·협의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시·도 교육행정협의회’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개혁도 병행되어야 한다. 협의회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해 지자체장과 교육감이 정파를 달리하더라도 예산과 교육정책을 연동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지금까지 문제점이 방치되어 온 것은 정치적 이해(利害)를 우선했기 때문이다.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교육학회, 지방자치학회, 대학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초당적 상설 숙의기구를 법제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정치권의 입김을 차단하고 전문가의 연구와 시민들의 숙의를 거친 객관적 공론화 안을 바탕으로 교육감 선거제를 개선해야 한다.

교육감 선거제의 본질은 아이들과 학교 현장을 바로 세우는 데 있다. 정치적으로 휘둘려서는 안 된다. 정치 논리를 넘어 학계와 현장이 주도하는 공론화와 절충안이 절실하다.

/신원철 인천 연수구 초대·2대 민선구청장·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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