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 프레임 격렬히 맞붙은 김민석·정청래
대통령 권력·국정 향방·23대 총선 등 걸려
전대 결과가 국가와 국민 이익 수렴되기를
더불어민주당 새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거칠다. 친명-반명, 친청-반청으로 뚜렷하게 분할된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들의 당권 투쟁은 정치 문외한도 엄청난 후과를 예견할 정도로 격렬하다. 뜨거운 전장의 열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유지 필요성을 수차례 밝혔던 검찰 보완수사권도 맥을 못추고 녹아버렸다. 둘로 나뉜 후보들의 상호 비난은 전대 이후 동거를 우려할 정도로 수위가 높다.
집권세력 내부의 주류교체 진통은 정권교체의 통과의례다. 가장 격렬했던 민주당의 전례는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이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출범한 뒤 집권여당인 새천년민주당 구주류인 동교동계와 신주류인 친노그룹의 대립이 격화됐다. 2002년 노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후보 사퇴론과 후보단일화로 깊어진 대립이 김대중 정부 대북송금특검으로 터졌다. 동교동계는 반발했고 친노그룹은 쇄신론으로 맞받았다. 결국 그해 말 당내 친노그룹인 호남 신주류가 탈당해 초미니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군사독재 시절을 제외하면 열린우리당은 현직 대통령만을 위해 집권여당을 창당한 문민시대의 유일한 사례다. 시작은 창대했다. 노무현 탄핵 역풍을 타고 17대 총선에서 단독 과반 정당으로 명실상부한 집권여당으로 거듭났다. 거기까지였다. 108명의 초선의원들은 국정의 동력이 아니라 번뇌를 쏟아내는 108개의 스피커들이었다. 고만고만한 좌장들이 분점한 자잘한 계파들이 국가보안법, 한미FTA, 대연정 등을 놓고 무한 대립을 벌이다가 당세가 쪼그라들더니, 결국 노 전 대통령 임기 전에 소멸됐다.
현재 민주당 전당대회를 2003년 전례를 답습할 전조로 단정하기 힘들다. 다만 전대 갈등은 20여 년 전 당시의 사건에 뿌리를 두고 있다. 대표 경선의 두 축인 김민석 전 국무총리는 2002년 후단협 시절 국민통합21 대선후보 정몽준의 선대위 공동위원장이었다. 정청래 전 대표는 노사모 활동을 기반으로 17대 국회에 등원한 이력으로 원조 노사모를 자처한다. 정 후보는 20여년 전의 배신자 프레임으로 김 후보를 공격한다. 김 후보는 반명, 즉 현직 대통령에 대한 배신 프레임에 정 후보를 가둔다.
두 후보가 과거와 현재의 배신 프레임으로 격렬하게 맞붙는 이유는 분명하다. 대통령이 중심에 있는 민주당 주류 교체 투쟁인 것이다. 친청 그룹은 20여 년 새천년민주당 동교동계를 구주류로 남겨놓은 채 열린우리당을 창당해 노 전 대통령의 통치 기반을 새로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그랬던 친청계를 현재의 친명그룹은 이 대통령의 권력과 국정을 제한하는 구주류 기득권으로 규정하고 당권 교체에 매진 중이다.
실제로 정 전 대표와 등원 동기인 유시민은 ‘증축 허용, 재건축 불가’라며 진영 내 대통령 권력이 제한적임을 주장했다. 정 전 대표도 친명그룹의 지방선거 패배론과 대표 연임 반대론에 “권력은 짧고 국민은 영원하다”고 가볍게 묵살했다. 대통령이 숙의를 요청했던 검찰 보완수사권을, 검수완박 신념에 가득 찬 권리당원의 권리가 정점에 이르는 전당대회 국면에 전격적으로 폐지했다. 친명그룹은 검수완박 성과는 독차지하고 책임은 대통령이 공유하는 결과로 본다. 폐지 반대 민심에 직면한 대통령은 걱정이 크고 기색은 불편하다.
친명진영은 친청그룹이 이 대통령을 자신들이 탄생시킨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과 한데 묶어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여기는 것 아닌가 의심하는 듯하다. 이런 시선으로 본다면 친명그룹 입장에선 ‘이재명 대통령 시대’는 반쪽만 열린 셈일 테다. 반쪽마저 열어제칠 수단이 집권여당 주류교체뿐이라는 결론은 자연스럽다. 물론 집권세력 신·구주류 교체 투쟁에서 패한 쪽의 참혹한 결과를 체득한 친청그룹은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대통령 권력과 국정의 향방, 민주당 신·구 주류의 운명, 23대 총선과 여야 지형 전체가 걸린 민주당 전당대회다. 당연히 국정과 민생에 미칠 영향도 막대하다. 지켜보는 국민도 조마조마하다. 국민도 여론조사로 참여하는 전당대회다. 민심의 진의를 전달해야 한다. 민주당 전당대회 결과가 국가와 국민의 이익에 수렴되기를 바란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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