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이산화탄소 흡입 정황 없어” 구두 소견
경찰 “살인 단정 어렵지만 다각도로 수사중”
수원시 권선구의 한 아파트에서 모녀가 숨진 사건(8월8일 인터넷 보도)이 부검을 통해 단순사고사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며 전환점을 맞았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숨진 90대 여성 A씨와 60대 여성 B씨의 사망이 화재로 인한 것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구두 소견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숨진 이들의 신체에서 이산화탄소 흡입 등의 정황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생존 상태에서 불이 났다면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흔적이 나와야 한다. 이를 고려할 때 불이 난 당시 모녀가 이미 숨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모녀가 숨진 이유와 불이 난 경위 모두 수사선상에서 확인해야 할 지점이다.
이 때문에 경찰은 단순 화재가 아니라 방화를 비롯해 다각도로 방향을 열어둔 채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10일 부검을 통한 국과수 구두소견에서 신체 내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살인으로 단정 짓긴 어렵지만 다각도로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에서 숨진 이들의 몸속에서 검출된 일산화탄소 수치가 낮아 정식 혈액 검사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회신했다”며 “추가 검사를 시행해 최종적으로 사인을 확인해야한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일 오전 4시35분께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의 13층짜리 아파트의 2층 세대에서 불이나 A씨와 B씨 등이 사망했다.
“아파트 2층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현장에 출동해 20여분만에 불을 껐다.
소방당국이 도착했을 당시 A씨와 B씨는 현장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들은 지체 장애로 거동이 불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전문가들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다방면으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화재로 인한 사망 여부를 판단할 때는 기도에 남은 그을음이 중요한 단서가 된다. 사람이 살아서 호흡하고 있었다면 검은 연기와 그을음이 기도를 통해 폐 쪽으로 들어간 흔적이 남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대로 기도나 폐에서 이런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불이 난 뒤 사망한 것이 아니라, 화재 이전에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확한 사망 원인과 사망 시점을 추가로 규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짚었다.
배 프로파일러는 “이럴 경우 피해자들의 보험 가입 여부와 채권·채무 등 금전관계, 가족이나 주변인과의 관계 등을 살펴야 한다. 화재 발생 시각만 좁게 볼 것이 아니라, 그보다 앞선 시간대까지 CCTV를 살펴보는 것은 수사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이시은·이영지·유혜연기자 s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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