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1인당 학생 32명 가르치고

국립보다 등록금 年398만원 ↑

재정·제도 맞물린 지금이 적기

동일한 평가, 공평한 지원해야

김상욱 한신대 경영학과 교수
김상욱 한신대 경영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높은 교육열 덕분에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은행(World Bank) 자료를 토대로 대학 교육에 대한 정부의 공적 투자 규모(1인당 교육비)와 1인당 국민 소득 간 상관계수를 계산해보면 0.816이 나온다.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 투자와 국가의 경제력이 함께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80%는 사립대학교가 맡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 그 80%를 포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숫자부터 보자. 사립인 미국 하버드대는 교수 1명이 학생 7명을 가르치고, MIT에는 나노 반도체 연구 전용 5천500억원짜리 건물이 있다. 우리나라의 평균적인 사립대는 교수 1인당 학생 32명, 학생 1인당 실험실습비는 연 20만원 안팎이다. 대학의 연간 예산을 비교해 보면 하버드 93, 서울대 12, 국내 사립대 평균 1 정도이다. 우리나라 대학생 1인당 정부 지출은 6천617달러로 OECD 평균(1만5천102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가 대학교육, 특히 사립대학 교육에 어느 정도 더 투자해야 할지 가늠하게 해주는 숫자들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사립대를 지원하고 있지만, 국공립대와의 차이가 너무 크다. 어느 가정의 자녀가 사립대에 진학하면 연간 823만원의 등록금을 내고 1천648만원의 교육비를 지원받는다. 국공립대에 가면 425만원을 내고 2천502만원을 지원받는다. 사립대 학생은 매년 398만원을 더 내고 854만원을 덜 지원받는다. 4년이면 5천만원 차이다. 이 와중에 정부는 국립대학교만 ‘등록금 0원’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정말로 정부는 사립대를 포기하려는 것인가?

균형 잡힌 지원이 효과적임을 국내외 사례가 증명한다. 일본은 1970년 사립대학 경상비보조 제도를 만들어 인건비를 포함한 교육연구 경비를 50년 넘게 지원해 왔다. 사립대가 대학의 절대다수인 나라에서 사학에 대한 공적 지원 없이 대학 경쟁력을 지킬 수 없음을 일찍이 깨달은 것이다.

미국은 연방정부 연구비를 하버드·MIT 같은 사립대에 지원하여 세계적인 고등교육체계와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립대들도 국가경쟁력에 이바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1천대 기업 CEO 대다수, 의사와 간호사의 절대 다수가 사립대에서 배출된다. 반도체·조선·자동차, 우리나라를 떠받치는 어느 산업도 사립대의 인재 공급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다. 충분한 지원을 해준다면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지원의 기준을 ‘누가 세운 대학인가’에서 ‘어떤 공적 성과를 내는 대학인가’로 전환하는 것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다행히 재원의 여력은 이미 늘어나 있다. 올해 내국세 수입 전망은 약 390조원, 그중 71.7조원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초·중등 교육에 자동 배분된다. 현재의 제도에서는 고등교육에 이 돈을 쓸 수 없게 되어 있다.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16.4조원이 전부로, 초·중등의 23%에 그친다. 국가가 초·중등 학생 한 명에게 148만원을 쓸 때, 대학생 한 명에게는 89만원을 쓴다. 정부도 초·중등 지원 규모를 유지하면서 고등교육 재원을 별도로 확충하는 방향으로 제도 손질에 나섰다. 재정 여력과 제도 개편 논의가 맞물린 지금이, 국공립·사립을 포괄하는 균형 지원의 원칙을 세울 적기다.

사립대에 특혜를 주자는 것이 아니다.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대학에 공평한 기회를 주고, 공적 성과 기준의 엄정한 평가로 책임을 묻자는 것이다. 이미 많은 정부지원 사업에서 사립대학도 국공립대학과 동일하게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립대학도 교수 1인당 학생 수를 낮추고, 학생들이 개인 부담 없이 해외 연수를 다녀오며, 반도체 클린룸 같은 첨단 시설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서두에 밝혔듯, OECD 자료에서 정부의 대학지원과 국민소득의 상관계수는 0.816이다. ‘지원은 공평하게, 평가는 엄격하게’. 그 원칙이 대학교육의 80%를 살리고, 우리나라 경쟁력을 지킬 것이다. 사립대학을 이대로 포기할 것인가? 이제 국가가 답할 때다.

/김상욱 한신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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