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거주 아파트서 불… 숨진 채 발견
모녀, 거동 불편해 평소 주변 도움 받아
기초수급 대상 아냐… 주택연금 수령 추정
함께 거주하지 않는 다른 가족이 귀속권자
“사인, 화재 아냐”… 여러 가능성 수사중
수원에서 숨진 모녀의 사망 원인 규명이 시급한 과제(8월12일자 7면 단독보도)로 떠오른 가운데 이들의 생활상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은 일상적인 이동과 외출은 물론 약을 구하거나 집안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변 도움이 필요했다.
정확한 사인 규명 필요성이 제기된 지난 11일 저녁 찾은 모녀의 집. 일상적인 이웃 주민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모녀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90대 노모는 3년 전부터 치매를 앓았고 거동이 불편해 평소 집 안에서 대부분 침대에 누워 생활했다.
60대 딸 B씨 역시 지체장애(왜소성장애)로 하반신을 제대로 움직이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잘 아는 주민은 “(몸이 불편한 딸은) 집안에서 굴러다니며 생활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집 안에서 이동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관리사무소 직원이 민원을 처리하기 위해 집을 찾으면 B씨가 이동해 현관문을 열어주는데만 5분 이상이 소요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웃들도 B씨가 집 밖을 오가는 모습을 좀처럼 볼 순 없었다.
모녀는 일상적인 일을 해결할 때도 주변의 손을 빌려야 했다. 몸이 아플 때 직접 약을 사러 가지 못해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대신 구입해 달라고 부탁했고, 세탁기나 주방 형광등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관리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했다.
찾아가 본 현장에선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신문을 구독한 흔적도 있었다. 이들 모녀가 이곳에 입주한 건 준공 직후인 2001년으로 당시엔 아반떼XD 승용차를 등록하기도 했으나 거동이 불편한 최근에 이 차량을 사용했는지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모녀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는 아니었다. 아파트 관리비 미납 내역도 없었으며 B씨 명의 계좌에서 자동이체되도록 설정돼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적 위기상황이 복지 지표로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고령과 장애가 겹쳐 생활 전반에 힘든 점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등기부등본상 해당 아파트는 지난 2001년부터 B씨 소유였으며 지난 2024년 한국주택금융공사에 신탁된 것으로 확인된다. 주택 소유권을 공사에 맡기고 주택연금을 받는 구조를 취한 것으로 보이는데, 신탁서류상 귀속권자는 가족인 C씨로 되어 있다. C씨는 수원 외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녀는 지난 8일 오전 4시35분께 살던 아파트 세대에 불이 나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국과수 소견을 바탕으로 정확한 부검 소견을 기다리고 있으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신중하게 수사 중이다.
/유혜연·이시은·이영지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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