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대, 여전히 생명력 있는 호국 역사 현장
해안가에 돌 쌓아올린 방어 시설
강화 미래 담을 소중한 유산 예찬
기존 통념·학계정설 논리적 반박
돈대(墩臺)는 조선시대 해안이나 국경 접경 지역에 돌을 쌓아 올려 땅을 높게 만든 소규모 방어 시설이다. 높은 위치에서 적의 동태를 살피고 탐지해 적을 먼저 제압하는 국방 유적이다. 돈대는 강화도를 둘러싸고 있다. 보장지처 강화와 수도 한양으로 가는 길목을 지키던 호국 역사의 현장으로 강화도만이 가지고 있는 독창적인 문화유산이다. 오직 강화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핵심 ‘아이덴티티’다.
인천문화재단이 기획·발간한 ‘역사의 길’ 시리즈 14번째 책 ‘돈대의 섬, 강화도’는 오랫동안 강화의 역사와 현장을 발로 누벼온 역사 교사의 눈으로 이러한 돈대의 역사적 사실과 고유한 가치를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저자 이경수 전 김포양곡고등학교 역사 교사는 교단을 떠난 후에도 강화노인복지관과 인천시교육청 강화 에듀투어 강사로 활동하며 시민들과 현장을 누볐다. 책에는 저자가 강화의 역사 현장에서 쌓아온 깊이 있는 지식과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저자는 강화를 ‘돈대의 섬’이라 정의하며, 돈대를 두고 “머리로 하는 역사 공부와 가슴으로 느끼는 감성이 모두 충족되는 공간”이자 “강화의 미래를 담아낼 가장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돈대를 공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 자체로 즐기는 것이다. 속상한 일이 있고, 답답한 일이 생길 때 차를 몰고 섬을 한 바퀴 돌다가 돈대 앞에 멈춰 서서 돈대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고 하늘을 나는 갈매기와 눈을 맞추며 일몰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의미다. 돈대를 둘러보다 군복을 입은 병사와 마주치는 일조차, 돈대가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여전히 옛 기능을 수행하는 생명력 있는 공간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렇다고 책이 돈대의 학술적 가치를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관행처럼 이어져 온 기존 통념과 학계의 정설에 조용한 균열을 낸다. 저자는 신미양요 당시 광성보 손돌목돈대의 처참한 파괴 현장을 담은 사진에 주목한다. 그동안 이 사진은 미군의 압도적인 포격으로 돈대가 무너지고 조선군이 전사한 현장으로 설명되어 왔다. 하지만 저자는 당시 초지돈대나 덕진돈대가 미군의 포격을 받고도 형체를 유지했다는 점, 그리고 손돌목돈대 내부 시신 뒤편으로 오랜 세월 사람들이 오간 길 흔적이 선명히 남아 있다는 점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손돌목돈대가 미군의 포격으로 파괴된 것이 아니라, 신미양요 이전 해안가 용두돈대를 이축·신설하기 위해 기존 돈대를 해체하던 과정에서 전쟁을 맞았음을 논리적으로 규명한다.
아울러 조선 후기 문헌인 ‘강도지’의 기록을 검증해, 돈대 축조에 동원된 승군(僧軍)의 규모가 그간 알려진 8천900명이 아닌 8천명이라는 점을 바로잡기도 한다.
저자는 “거창한 연구 결과가 아닌 대중과 함께 나누고 싶었던 역사 공부의 결실”이라며 “많은 이들이 돈대에 서서 가슴 시원한 바람과 함께 강화의 역사와 삶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 저자 이경수
▲ 現 인천시교육청 강화에듀투어 강사
▲ 前 김포양곡고등학교 역사 교사
▲ 저서 ‘철종의 눈물을 씻다’, ‘강화도史’ 등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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