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경기·인천 광역 역사·문화벨트 구축
감리서부터 광복군 유적지까지 탐방 유도
관내 보훈지청 협업 청소년 역사체험 운영
역사는 과거와 미래의 거울이다. 백범 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을 맞아 그의 삶을 들여다보는 이유 또한 단순한 추모에 머물지 않는다. 격변하는 근현대사 속 그가 남긴 메시지를 다시금 읽어내고, 우리가 사는 인천과 경기도라는 공간 속에서 어떻게 미래의 가치로 승화시킬지 답을 찾기 위함이다.
그의 자서전 ‘백범일지’를 보면 1896년 21세의 김창수(백범의 개명 전 이름)는 국모보수(國母報讐)를 위해 치하포에서 일본인 장교를 처단하고 인천 감리서에 갇혀 사형을 선고받는다. 집행 직전 고종의 명령으로 목숨을 건졌는데, 이 공간이 바로 지금의 인천 중구 내동 터이다. 이 시기 그는 감리서 직원 등이 넣어주는 신학문 서적을 읽으며 근대적 민족의식에 눈을 뜰 수 있었다. 1914년, 백범은 105인 사건으로 다시 인천 감리서에 투옥됐다. 인천항 축조 공사 현장으로 끌려가 강제노역을 견뎌냈으며, 낮고 어두운 곳에서 민중의 삶을 체득하고 사람을 귀히 여기는 마음을 아로새겼다. 평범한 백성(白)과 범부(凡)의 지혜를 모아 나라를 구하겠다는 ‘백범’이라는 호의 씨앗이 바로 이 인천 땅에서 싹튼 것이다.
백범과 우리 지방의 인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광복 직전 임정 주석으로서 국내 광복군 진군 작전을 계획한 것도 경기도 일대였으며, 광복 후 1946년 백범이 지방 순회의 첫발을 내디딘 곳 역시 인천이었다. 문제는 이 역사의 현장들이 행정구역의 장벽에 막혀 흩어져 있다는 점이다. 백범 탄생 150주년을 맞이해 제안하고픈 핵심 과제는 인천 감리서 터와 경기도 내 관련 사적지를 한데 묶는 ‘경기·인천 광역 역사 및 문화 벨트’ 구축이다.
물리적 거리를 감안해도 백범의 삶과 광복이라는 큰 주제로 연결할 수 있는 거점이 명확히 있다. 청년 김구의 사상이 싹텄던 인천 감리서 터 및 인천항 제1부두, 탈옥 후 김구를 도왔던 조력자의 흔적이 남은 강화 황국현 가옥, 백범이 미군 OSS와 손잡고 광복군의 국내 진입작전을 준비했던 경기 고양 및 화성 일대의 광복군 거점, 그리고 1945년 11월 백범을 포함한 임정 요인들이 C-47 수송기를 타고 조국 땅을 밟은 김포와 여의도 경계의 옛 비행장 터가 대표적이다.
한 인물의 생애 궤적을 매개로 지자체 간 협력 시스템 구축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경기 남양주와 전남 강진을 잇는 ‘다산 유배길 네트워크’, 충남 예산·경기 과천·제주 서귀포가 손잡은 ‘추사 문화 벨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행정구역을 넘어 인물의 삶을 연결해 지역 상생을 끌어냈다.
이를 발판 삼아 특별 프로그램을 시도해볼 수 있겠다. 첫째, 디지털 도슨트 앱 및 광역 패스권 도입이다. 시민들이 모바일 스탬프 투어 방식으로 인천 감리서부터 경기지역 광복군 유적지까지 탐방하도록 유도하고 유적지 근처 박물관 입장료 감면이나 인근 지역 상점에서 사용 가능한 할인 쿠폰, 경기지역화폐 등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이다. 둘째, 경기·인천 관내 보훈지청이 협업하는 ‘청소년 백범 역사 체험 프로그램’이다. 교과서 속 관념적 역사를 넘어, 우리 동네에서 시작해 인근 지자체로 이어지는 독립운동의 현장을 직접 누비며 체험할 수 있는 코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기존에 관할 행정구역 내에서만 이루어지던 크고 작은 기념 행사를 150주년 기념의 의미를 담아 보다 확대해서 진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적극적 홍보가 필수다. 좋은 것을 만들어놔도 아무도 안 보면 소용없는 노릇 아닌가.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근처 공공기관에서 어떤 행사를 하는지 이참에 한 번씩 알아보는 것도 좋겠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백범이 ‘나의 소원’에서 거듭 강조한 내용이다. 백범이 말한 문화의 힘은 단지 콘텐츠의 성공에서 그치지 않는다. 갈등을 해소하고 배려와 존중의 마음을 갖는 것. 이념과 계층, 지역의 한계를 넘어서는 공동체 의식이다. 약 100여 년 전 인천 감리서의 좁은 창문으로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나라의 미래를 고민했던 청년 김구의 눈빛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 속에서 다시금 뜨겁게 빛나기를 기대한다.
/조성아 경기남부보훈지청 보상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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