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3일 치러지는 제4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7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안성 등과 같은 비도심지역에는 농협과 수협, 산림조합 등 군소 규모의 단위 조합들이 많은 특성상, 지역사회는 이미 물밑 선거전이 한창이다.
문제는 본격적인 선거전이 반년 넘게 남았음에도 벌써부터 조합장에 도전하는 이들이 투표권을 가진 조합원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얼마나 제공하겠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함께 현 조합장들도 재선을 위해 조합원들에게 돌리는 명절 선물의 물품 규모와 수량을 늘리려는 움직임은 물론 조합원 배당금 규모까지도 높이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는 상황이다.
매번 반복되는 금권선거 시즌이 도래한 것이다.
농촌지역에서는 단위 조합들이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이 높고, 조합원들 또한 자신과 친분이 있는 조합장의 당선 여부에 따라 각각의 지원과 혜택 규모 등이 달라지기에 조합장선거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또한 단위 조합들이 조합원들에 대한 지원을 넘어 마트사업과 금융사업 등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단체로 거듭나면서 조합장의 권한도 날이 갈수록 막강해지고 있다.
그러기에 조합장 선거가 치열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합장 선거는 정책과 공약으로 경쟁해야 하는 선거풍토가 형성돼야 하지만 실제론 투표권을 가진 조합원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는 금권선거가 더 빠른 효과를 거둘 수 있기에 매번 금권선거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 같은 행태는 후보자들이 금권선거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선거구조가 원인이다.
현행 법체계에선 후보자가 선거법 위반으로 적발되더라도 처벌까지의 재판기간이 임기가 끝날 때까지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제도적 맹점이 있다.
조합장 선거는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하 위탁선거법)에 근거해 진행된다.
해당 법률의 큰 뼈대와 내용은 공직선거법과 대동소이하지만 선거사범의 재판은 3심까지 1년 이내에 끝낸다는 ‘제270조 선거법의 재판기간에 관한 강행규정’이 없다.
따라서 조합장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들이 명백한 선거법 위반에 적발되더라도 재판 기간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 대법원 판결까지 임기의 절반 이상을 채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일부의 경우는 소위 비싼 변호사를 고용해 이런저런 이유를 근거로 재판을 지연시켜 임기가 다 끝날 때까지 재판이 종료되지 않는 기이한 현상도 발생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후보자들 사이에서는 ‘일단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당선부터 돼야 한다’는 선거풍토가 만연해 있다.
이에 더해 투표권을 가진 조합원들도 ‘선거기간에 후보자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지 못하면 바보’라는 인식까지도 저변에 퍼져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 때문에 위탁선거법에 소위 ‘6·3·3 신속재판’이라 불리는 공직선거법 제270조 도입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대한민국 사회에 힘을 받는 이유다.
물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법을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고, 법을 다루는 국회의원들이 지역사회에 많은 표를 갖고 있는 조합원들의 눈치를 안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 부조리한 선거행태를 수수방관할 수는 없지 않은가. 국회의원들의 빠른 결단과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 mu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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