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이용객 불편·퇴거 조치
인권단체, T2서 기자회견 열어
“市, 주거·의료 등 연결 나서야”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노숙인 퇴거 명령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이용객 불편과 안전을 위해 노숙인들의 퇴거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인권단체 등은 공항을 떠난 노숙인들이 인천 지역 사회 복지 체계 내에 편입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숙인 인권단체 ‘홈리스행동’은 12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퇴거를 요구받은 노숙인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공항에서 1년6개월가량 생활했다는 A씨는 “입국장에서 지내다 짐이 수거돼 교통센터로 자리를 옮겼는데, 관련 보도 이후 이곳에서도 짐을 치우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그동안 주거·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공항공사로부터 안내를 받았다면 지원을 받아 다른 곳으로 옮겼을 것이고, 공항에 계속 머물 이유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노숙인 B씨도 “공사 직원에게 거처를 찾으려면 적어도 한 달은 필요하다고 했는데 바로 다음 날 가방에 퇴거명령서가 붙었다”며 “공항에 피해를 끼쳐 죄송한 마음도 있지만 갑자기 나가라고 하니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공항에서 2주 이상 체류하는 노숙인은 제1여객터미널 5명, 제2여객터미널 11명 등 16명이다. 2022년 6명, 2023년 7명, 2024년 3명, 지난해 6명보다 크게 늘었다.
공항 이용객 중에는 노숙인 관리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퇴거 이후를 우려하는 반응도 있었다. 이날 제2여객터미널에서 만난 전모(57)씨는 “아침 일찍부터 공항을 돌아다녔지만 눈에 띄게 불편을 주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며 “노숙인이 너무 늘어나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 공항을 떠나면 어디에서 지내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인천의 노숙인 시설은 5곳이다. 서해구 은혜의집(해오름일시보호소)과 광명의집, 계양구 내일을여는자활쉼터, 미추홀구 한무리홀리라이프·다사랑의집 등이다. 다만 거리노숙인을 상담하고 주거·의료 등 필요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연계하는 노숙인종합지원센터는 없다.
해외에서는 공항 노숙인을 지역사회 복지서비스로 연결하는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국제공항은 2018년부터 월 4시간가량 운영하던 노숙인 아웃리치 활동을 지난해부터 하루 8시간씩 주 5일로 확대해 쉼터·의료 등을 연계하고 있다.
안형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인천의 거리노숙인 지원사업은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20~30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공항공사의 퇴거 조치만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닌 만큼 인천시도 전면에 나서 주거·의료 등 지역사회 복지서비스로 연결할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는 공항시설법에 따라 공항 내 노숙행위를 제지하고 퇴거를 명할 수 있으며, 이용객 안전과 불편을 고려해 자진 퇴거를 요청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관련 민원은 24건으로, 악취와 벤치 장기 점유 등에 따른 불편이 주를 이뤘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노숙인들에게 무조건적인 강제퇴거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며 “자활기관과 연계한 임시주거·일자리 지원과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안내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치료 등 노숙인의 상황에 맞는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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