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호 조국혁신당 인천시당위원장 권한대행
안광호 조국혁신당 인천시당위원장 권한대행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곳은 분명하다. 감사원의 감사를 사실상 받지 않거나, 받더라도 형식에 그치는 기관들이다. 검찰이 그러했다. 국회는 검사의 보완수사권, 즉 직접 수사 권한을 완전히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견제받지 않던 권한을 마침내 걷어낸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잣대로 다시 살펴야 할 곳이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그렇다.

나는 1991년 기초(구·시·군) 선거관리위원회에 파견 근무한 적이 있다. 그때 본 구조는 이러했다. 기초 선관위원장은 관할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광역 선관위원장은 관할 지방법원장이, 중앙 선관위원장은 현직 대법관이 겸직한다.

1963년 창설 이래 63년을 이어온 이 관행에는 이유가 있었다. 선거 관리는 정치적 중립이 생명이니, 사법부 출신이 맡는 것이 안전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나는 현장에서 다른 것을 보았다. 위원장은 비상임이라 사무국을 상시로 지도·감독할 수 없는 구조였고, 사무국은 위원장이 법관이라는 권위를 방패 삼아 그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은 채 움직였다. 감사원의 직무감찰조차 예외 없이 비켜 갔다.

35년이 지나 그 우려는 현실로 확인되었다. 2023년 선관위 고위 간부의 자녀가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감사원이 직무감찰에 나섰다. 그러자 선관위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고, 헌재는 2025년 2월 재판관 전원일치로 손을 들어주었다. 감사원에게는 애초에 선관위를 감찰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었다. 채용 비리 의혹조차 감사원의 정식 감사를 받지 않는 기관, 그것이 지금 우리 선관위의 헌법적 지위다.

물론 헌재도 선관위를 부패의 성역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성역이 아니라는 선언과, 실제로 어떤 외부 기관도 상시로 들여다보지 못하는 현실은 다른 이야기다.

여기서 분명히 해 둘 것이 있다. 감사원의 감사 대상은 검찰이나 선관위 같은 헌법기관에 국한되지 않는다. 감사원법이 정한 감사 대상은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정부가 출자하거나 출연한 공공기관, 정부 사무를 위탁받은 각종 기관까지 아우른다.

문제의 본질은 헌법기관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이 방대한 대상 가운데 어디가 실질적인 감사를 받고 어디가 형식적인 감사에 그치는지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강한 자에게 관대하고 약한 자에게 군림하는 감사원의 이중 잣대도 그래서 생긴다.

지방행정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는 서릿발처럼 매섭다. 그러나 중앙부처에 파견 근무하며 지켜본 감사원의 잣대는 너무도 물렀다. 힘없는 지방정부와 일선 공공기관은 사소한 흠결도 걸리고, 힘 있는 곳은 구조적 사각지대 뒤에 숨는다.

마침 흐름은 바뀌고 있다. 올해 6월 지방선거에서 벌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선관위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리자, 정부는 63년만에 대법관 겸직 관행을 깨고 상근 위원장을 두는 방안을 공식 논의하기 시작했다. 지도부 구조를 바로잡는 이 논의는 반드시 감사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데까지 이어져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위원장만 바뀔 뿐, 견제받지 않는 사무국이라는 본질은 그대로 남는다.

그래서 하나를 제안한다. 감사원을 대통령 직속이 아니라 국회 관할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때다. 감사의 대상이 헌법기관과 정부 부처를 넘어 공공기관 전반으로 넓어져야 한다면, 감사원 자신도 대통령이라는 한 축으로부터 독립해야 그 정당성이 선다.

나는 감사원의 감사를 사실상 받지 않거나 형식적으로만 받는 기관을 이밖에도 몇 곳 더 알고 있다. 헌법기관도 있고,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공공기관과 출연·출자기관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그 이름을 하나하나 적지는 않겠다. 그 답을 찾아 나서는 일은 국회와 국민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감사받지 않는 권력이 검찰과 선관위뿐이겠는가. 역사의 경험칙은 한결같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그 지위가 무엇이든, 성역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안광호 조국혁신당 인천시당위원장 권한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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