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선정 기준·시 승인 절차 없어

상황 인지에도 “여주쌀 홍보와 별개”

여주시가 오는 17일부터 23일까지 김포·청주발 제주행 제주항공 항공편에서 탑승객에게 증정하는 대왕님표 여주쌀 150g 2개입 세트. 여주시는 이번 사업에 4천290만원을 집행했다. /여주시농산업공동브랜드활성화센터 제공
여주시가 오는 17일부터 23일까지 김포·청주발 제주행 제주항공 항공편에서 탑승객에게 증정하는 대왕님표 여주쌀 150g 2개입 세트. 여주시는 이번 사업에 4천290만원을 집행했다. /여주시농산업공동브랜드활성화센터 제공

여주시가 참사 책임 소재가 아직 가려지지 않은 제주항공에 수천만원을 들여 ‘대왕님표 여주쌀’ 광고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 광고 대상 기업의 신뢰성·이미지 문제와 별도의 심사 기준 및 시의 승인 절차가 없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여주시 농산업공동브랜드 활성화센터는 17일부터 23일까지 김포·청주발 제주행 제주항공 일부 항공편 탑승객에게 대왕님표 여주쌀 150g 2개입 세트(2천원×3천세트)를 증정한다고 10일 발표했다.

보도자료에서는 이를 ‘제휴 프로모션’이자 ‘협업’으로 표현했지만 실제 성격은 달랐다. 시 농업정책과에 따르면 이번 사업 예산은 총 4천290만원으로 기내 책자 광고와 헤드레스트 커버 광고, 증정용 쌀 구입비 600만원이 모두 포함된다. 대가 없는 상호 제휴가 아니라 여주시가 3천690만원을 지불하고 기내 광고 지면을 구매한 것이다.

또한 제주항공을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 1위’로 소개했지만, 실제 한국능률협회컨설팅 K-BPI 조사 저비용항공사(LCC) 부문 1위다. 이 조사의 공표된 평가 항목에는 안전성이나 사고 이력은 포함되지 않았다.

제주항공과의 협업 발표 바로 다음날인 지난 11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12·29 여객기 참사 특별수사단’은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 부산지방항공청을 재차 압수수색했다. 2024년 12월 179명이 숨진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관련 입건된 인원은 74명으로 제주항공 관계자도 포함돼 있으며, 경찰은 중대시민재해 혐의 적용 가능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 유족들은 참사후 600일 넘도록 지지부진한 진상규명과 부실한 희생자 수습으로 인해 공항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제주항공을 통한 홍보가 과연 적절했냐는 의문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사업관련 또 다른 문제점은 대왕님표 여주쌀을 어떤 기업을 통해 홍보할지 판단하는 기준이 없었다는 점이다.

센터장은 “여주쌀과 함께할 수 있다고 판단해 협의가 되는 대기업 브랜드라면 업무 방향을 도모한다”고 답했다. “별도의 선정 기준이나 절차가 있는 것은 아니며, 마케팅 제휴는 먼저 제안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제휴도 센터장 본인이 직접 제안하고 결정했다.

센터장은 참사와 수사 상황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사안에 대한 수사 및 판단과 이번 여주쌀 제휴 프로모션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여주쌀 홍보와 소비자 접점 확대라는 사업 목적에 따라 추진했다”고 말했다.

시의 설명도 같았다. 농정과 관계자는 “센터가 민간위탁 기관이어서 예산이 확정된 뒤에는 사전 보고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광고 대상과 집행 금액을 센터가 정하느냐는 물음에는 “센터에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우리에게 승인을 받거나 허락을 받아서 하는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담당 팀장이 마케팅 활동에 동행해 협의하는 절차는 있다고 덧붙였다.

제휴 대상을 고르는 기준은 애초에 없었고, 조례가 시에 부여한 관리·감독 권한은 쓰이지 않았다. 기준을 만들지 않은 쪽도, 권한을 쓰지 않은 쪽도 시다.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