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교육청 ‘사안처리 모델’ 전국 최초 도입
올해 3~7월 173건, 전년동기 330건
단순 오해·경미한 다툼 확대 방지
만족도조사 5점 만점 4.77점 ‘긍정’
인천의 한 초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A군 학부모는 올해 아이가 입학 직후 동급생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며 학교폭력으로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해당 학교는 공식적인 학교폭력위원회(학폭위)가 열리기 전 전문가들이 문제를 중재하는 갈등조정 프로그램 참여를 권유했고, 신고 학부모는 가해 학생의 행동이 악의적 괴롭힘이 아닌 서툰 장난이었음을 확인했다. 가해 학생과 학부모 역시 진정성 있게 사과하면서 사안은 학폭위에 부쳐지지 않았다.
이주배경 학생인 초등학교 2학년 B양의 경우 남학생의 반복된 신체 접촉을 참다 못해 학교폭력으로 신고했으나 전문가 면담 결과 남학생이 호감을 어설프게 표현한 과정에서 생긴 오해라는 것을 확인했다. 갈등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고민을 해결한 B양은 상담을 해준 전문가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인천시교육청이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전국 최초 도입한 ‘갈등조정 사안처리 모델’이 학생 간 관계 회복에 실질적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3~7월 초등 학폭위 개최 건수는 173건으로 전년 동기(330건) 대비 47.6% 감소했다. 반면 사안이 경미하거나 당사자 간 합의로 처분 없이 마무리되는 ‘학교장 자체해결’은 같은 기간 309건에서 349건으로 증가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올해부터 갈등조정 사안처리 모델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학폭위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 프로그램은 학교폭력 신고 직후에 갈등조정 전문가가 가해자와 피해자, 양측 학부모를 개별 면담한 후 서로가 만나 실질적인 화해가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피해학생은 자신의 경험과 느낀 감정을 이야기하고, 가해학생은 해명 과정 등을 통해 서로 이해의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후 사과와 재발방지 합의가 이뤄지면 사안은 종결 된다.
기존에는 학교나 당사자가 희망할 때만 갈등조정 프로그램을 가동했지만 올해부터는 사안이 중대하거나 학부모 반대가 심한 경우를 제외한 전체 학교폭력 신고 사례를 대상으로 확대 했다. 이에 따라 전체 학폭 접수(4~7월) 건수의 70%가 갈등조정 절차를 거쳤다.
현장에서는 전문가가 주도하는 갈등조정을 통해 단순 오해나 경미한 다툼이 행정적 처벌 단계로 번지는 것을 막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천시교육청이 갈등조정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학생 241명, 학부모 22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만족도조사에서 5점 만점에 4.77점을 기록하는 등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갈등조정 사안처리 모델이 효과를 내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게 인천시교육청의 설명이다.
인천시교육청 학교생활교육과 관계자는 “초등 학폭 신고는 사안이 경미한 경우가 많아 징계를 위한 학폭위보다 교육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갈등조정 프로그램이 단순 처벌을 넘어 학생과 학부모 간 관계 회복을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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