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열기 노출 배달노동자

콘크리트 슬래브 위 건설노동자

취약층부터 감지한 ‘재난’ 징후

70년 후 인천 평균기온 5.8℃ ↑

지난 14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의 한 대로에서 배달라이더 김진욱씨가 물을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6.8.1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지난 14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의 한 대로에서 배달라이더 김진욱씨가 물을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6.8.1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눈앞이 샛노래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지난 14일 오후 2시 인천 부평구 십정동 이동노동자 쉼터 ‘엠마오’ 입구 앞에서 만난 배달 노동자 김진욱(37)씨는 오토바이를 세워둔 채 벌컥벌컥 물을 마신 후 이같이 말했다.

이달 들어 인천에서 처음으로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될 정도의 극한 폭염이 이어져 왔다. 하루 10시간을 바깥에서 일하는 김씨는 매일 2ℓ 분량의 텀블러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 이온 음료도 꽝꽝 얼려 다녔지만, 난생처음 겪는 폭염 속에서 버티기 쉽지 않았다. 한낮 달궈진 아스팔트의 열기는 저녁까지 남아 있다. 도로 위 차량과 버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까지 겹쳐 숨쉬기 힘들 정도다.

이날 쉼터에서 만난 배달 노동자 신영기(49)씨도 “오랫동안 배달 일을 했지만, 이번처럼 견디기 힘든 여름은 처음이었다”며 “해가 져도 하루 종일 받은 열기가 몸에서 빠져나가지 않아 화끈거렸다”고 했다.

인천에서 운영 중인 이동 노동자 쉼터는 남동구와 부평구에 각각 2곳씩이다. 신씨는 “적어도 군·구마다 하나씩은 상권 밀집 지역처럼 실제 이동 동선 가까이 쉼터를 늘리고, 지자체가 공공시설 빈 공간을 활용해 쉴 곳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온열 질환에 노출된 이동 노동자들은 올여름 폭염을 ‘재난’으로 받아들이며 비로소 기후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영역에서부터 위기의 징후를 감지하고 있다. 극한 폭염은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일상의 단절을 부르기도 했다.

노인과 어린이 등 건강 취약계층은 집 안에 갇혔고, 프로야구 경기까지 멈춰 세웠다. 전기요금 부담 때문에 집안 에어컨을 켜기가 두려운 구도심의 70대 노인은 더위를 피할 곳을 찾지 못하고 집 밖에서 부채질하는 수밖에 없었다.

남동구에서 13년째 도시가스 안전 점검 업무를 하고 있는 신혜숙(50)씨는 하루 100~130가구를 찾아 돌아다닌다. 하루 할당은 80가구지만, 가구원이 부재중인 집을 다시 방문해야 해서 매일 늘어난다. 빌라 등 다세대주택에서는 더운 계단을 계속 오르내려야 한다. 아파트에서는 가스 계량기가 에어컨 실외기와 가까운 공간에 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계량기를 점검할 때 실외기 열기를 그대로 받기도 한다.

신씨는 “저도 동료들도 속이 메스껍다거나 일어설 때 어지러운 증상이 있었다”며 “7~8월에는 회사에서 물을 사 마시도록 추가 수당을 지급하는데, 이외에는 별다른 폭염 지원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여러 가구를 이동하는 만큼 업무 동선 가까이에서 잠깐씩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지자체가 편의점 등과 협약해 이동 노동자가 가까운 곳에서 잠시 쉴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실용적일 것”이라고 했다.

기록적 폭염에 전통시장도 울상을 짓고 있다. 서해구 정서진중앙시장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49)씨는 시장을 찾는 손님이 줄면서 매출도 지난해 여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김씨의 가게는 지난해 8월 ‘극한 호우’로 침수돼 냉장고와 냉동고를 새로 바꿔야 했다.

김씨는 “천장에 아케이드가 설치돼 있어 직사광선은 그나마 피할 수 있지만, 아스팔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는 막을 수 없다”며 “가뜩이나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있는데, 무더위에 재료까지 상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통시장도 폭우뿐 아니라 폭염까지 고려한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김씨의 생각이다.

일용직이 많은 건설 노동자들은 건강은 물론 일이 끊길 때면 생계까지 위협받았다. 임명열 건설노조 경인건설지부 사무국장은 “기상청 발표 기온이 35℃일 때 건설 현장 체감 온도는 40~50℃까지 오른다. 콘크리트 타설 후 슬래브에서는 발바닥으로 열기가 올라오고, 철근이나 동바리(받침대)·비계(발판) 자재는 맨손으로 잡기 어려울 정도로 뜨겁다”며 “지난해부터 작업중지권이 도입돼 33℃가 되면 2시간 근무 후 20분을 쉬도록 하고 있지만, 더운 시간대에는 아예 작업을 중단하고 전체 근무자를 조기 퇴근시킨다. 임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한 방법”이라고 했다.

이제껏 겪어 보지 못한 2026년 폭염. 우리가 거의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을 경우, 70년 후 인천지역의 평균기온은 지금보다 5.8℃ 치솟는다는 기상청의 기후변화 시나리오가 있다.

지난 16~17일 경남 거제에서는 8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는 등 부산·경남 지역의 기록적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면서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됐다. 도시 차원의 기후위기 대응이 달라져야 할 때다.

/박경호·송윤지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