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0년대 폭염 年 97.6일’
기상청 시나리오 평균 온도 19.4℃
극한 한파·폭설·폭우 등 재난 수준
도시공간 전체 고려한 새정책 주장
지자체·시민 함께 ‘리빙랩’ 활용도
기후변화는 국가적 과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중심으로 각종 법률과 제도, 정부 부처들이 연계된 대책이 촘촘히 짜여 있다. 국회는 기후위기특별위원회를 가동하며 기후위기와 관련한 입법 준비에 한창이다. 전 지구적 기후위기가 시민으로 하여금 올여름 ‘극한 폭염’ 같은 재난 상황을 맞닥뜨리게 하면서, 도시 차원의 대응 또한 과거보다 더욱 적극적인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기준)을 설정해야 할 때다.
■ 인천 기후위기 시나리오는
21세기 전반기에 해당하는 지금, 세기말 인천의 기후는 어떻게 변화할지 기상청 차원에서 전망하는 시나리오가 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2021년 6차 보고서에서 적용한 기후변화 시나리오인 SSP(Shared Socio-economic Pathway)로 예측한 인천의 시기별 평균기온 변화는 ‘매우 높은 온실가스 배출’(SSP 5-8.5)이란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2090년대 19.4℃까지 상승한다. 2020년대 13.6℃보다 무려 5.8℃나 오른다는 시나리오다. 2090년대 전국 평균기온(SSP 5-8.5)은 18.6℃로 인천이 다소 높다.
같은 시나리오에서 2090년대 인천 지역 연평균 폭염일수는 97.6일로, 최근 10년 사이 폭염일수가 가장 많았던 2018년(20일)보다 5배 가까이 늘어난다는 전망이다. 인천의 경우, 여름철 최고 기온이 32℃를 넘어서면 65세 이상 연령층에서의 호흡기계·심혈관계 질환 사망자 수가 급증하는 것으로 분석된 연구(2015·신동희 등) 결과도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이미 현실적 수치로 나와 있는 것이다.
‘낮은 온실가스 배출’(2075년 탄소중립·SSP1-2.6)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2090년대 인천의 연평균 폭염일수는 23.9일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 도시계획에 ‘기후변화’ 입히자
인천시 도시 분야 최상위 법정계획인 ‘2040 인천도시기본계획’은 기존 개발·토지이용 중심의 공간 배분에서 벗어나 ‘탄소중립도시’ 등 기후위기 대응과 환경친화적 개발 유도 방안을 공간 계획의 중심축으로 설정했다. 또 인천시는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2021~2025)’과 연계한 ‘제3차 인천시 기후변화 적응대책 세부시행계획(2022~2026)’을 수립해 2022년부터 올해까지 6개 부문 28개의 기후변화 적응 사업(계획상 총예산 약 5천913억원)을 추진하고 있다. 2017년부터 인천연구원 내 인천탄소중립연구지원센터(옛 인천기후환경연구센터)를 운영하는 등 다른 광역지방자치단체보다 기후변화 정책·연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번 기록적 폭염을 계기로 다가올 ‘극한 한파’ ‘폭설’ ‘폭우’ 등 재난 수준의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별 단위 사업을 넘어서는 도시 공간 전체를 고려한 새로운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 2040 인천도시기본계획상 탄소중립도시 조성 계획은 포괄적이고 선언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실제 개발 행위를 통제하는 지구단위계획 등 하위 도시관리계획 단계에서 구속력이 있는 ‘기후변화 대응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인천시 지구단위계획 수립기준’은 용적률 인센티브 중 친환경 요소를 30% 이상 확보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나, ‘인센티브’ 또는 ‘권장’이 갖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대책’과 ‘공간 계획’간 연계성이 떨어지는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
여름철마다 극심한 폭염과 열섬 현상을 겪고 있는 독일 남서부 도시 카를스루에(Karlsruhe) 사례가 주목할 만하다. 카를스루에 도시계획국에 따르면, 독일은 2011년 연방건설법(BauGB) 개정으로 도시계획 수립 과정에서 기후 적응을 고려하는 것을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이후 카를스루에는 과학적 데이터를 통한 기후기능지도를 구축하고, 이를 토지이용계획과 연계해 인허가 과정에서 차가운 공기가 도심으로 유입되는 통로에 새로운 건물을 짓지 못하게 하거나 건물 높이와 배치 등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 기후 취약계층은 ‘생활권계획’으로
고령층과 어린이, 장애인, 실외 근무 노동자를 비롯한 기후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 같은 폭염이라도 그 체감하는 온도가 다른 신도시와 구도심의 격차 등 일상과 가까운 기후위기 문제도 도시계획에 담을 수 있다.
인천시는 2040 인천도시기본계획 후속으로 지난 5월부터 ‘2045 인천도시기본계획 및 생활권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도시기본계획과 도시관리계획의 중간 단계인 ‘생활권계획’은 생활권별로 세분화한 생활밀착형 기반시설(생활 SOC) 계획까지 포함할 수 있다. 구도심의 녹지 부족 등을 해소하기 위한 그린·블루 인프라, 노동자 밀집 지역 등 지역 특성과 기후위기를 연계하는 도시 바람길 등 폭염 대응력 강화 방안 등이 검토될 수 있다.
탄소중립과 기후변화에 대한 지역 혹은 공동체 차원의 대응책으로 떠오르고 있는 ‘리빙랩’(Living Lab·생활실험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지자체와 시민이 함께 추진할 수 있는 기후위기 대책이다. 인천탄소중립연구지원센터가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는 ‘기후변화 적응 모니터링단’은 참여자들이 직접 침수·물고임 현장 데이터를 수집하는 등 정책 기반을 만들어 냈다. 또 지난해 인천시와 연세대학교 기후적응 리빙랩 연구사업단은 전국 최초로 무더위쉼터 이용 실태를 조사해 개선 방안을 도출하기도 했다.
‘제4차 인천시 기후위기 적응대책’ 수립 연구를 진행 중인 류지은 인천탄소중립연구지원센터 책임연구원은 “제4차 대책에서는 해양 분야와 산업 에너지 분야를 보완하고, 이동 근로자 등 기후 취약계층에 대한 추가적인 대책도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로는 하나의 기관이 대응하는 것이 아닌 여러 기관이 협업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시민들이 참여하는 리빙랩 사업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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