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시장, 취임 10일만 지급 중단 선언

“前 시정 무리”… 틀린말은 아니나 ‘순진’

평가는 이르지만, 시작 주시해야 역량 가늠

이충환 언론학 박사·객원논설위원
이충환 언론학 박사·객원논설위원

경기도나 인천시나 다들 재정 상태가 엉망인가 보다. 새 수장들이 장부를 들여다보고선 격한 분노를 표출하거나 깊은 한숨을 토해내고 있다. 일성(一聲)이 한결같이 지방정부 재정의 피폐다.

“2026년 8월5일 이 시간부로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 선언합니다.” 취임 한 달을 갓 넘긴 신임 경기도지사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16년 전 성남시장으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의 전례 없는 모라토리엄 선언을 연상시켰다. 과연 ‘추미애’답다 생각했다. 주저 없이, 직격탄을 날렸다. “마른 땅에 풀 한 포기 남지 않았다”고 했다.

손가락은 안을 가리켰지만 목소리는 밖을 향했다. 다음날 추 지사는 ‘지방세제 뜯어고칠 때’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전날 선언한 재정 비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지방세 제도를 확실하게 손봐야 한다는 내용이다. 자치행정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현행 지방세제의 일대 개혁을 요구하는 추 지사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사실 먼저 직격탄을 날린 건 박찬대 인천광역시장이다. 박 시장은 취임 10일만에, 추 지사보다는 20일이나 앞서, 재정 현안을 들고 브리핑룸에 섰다. 그리곤 인천 시민들에게 익숙한 지불수단인 ‘인천e음’의 캐시백 중단을 선언했다.

“인천e음의 올해 예산이 다음 주면 완전히 바닥을 드러낸다”며 캐시백을 지금처럼 이어가려면 남은 하반기 내내 빚을 내어 메우는 수밖에 없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전임 (시)정부가 예산은 준비하지 않고 무리하게 확장한 결과”라는 배경 설명도 덧붙였다.

틀린 말이 아니다. 전임 유정복 시장은 지난 5월부터 3개월 한시적으로 캐시백 비율을 20%로 올렸다. 2019년 4월 시행 이후 최고 비율이다.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취해져 누구에게라도 표를 겨냥한 포퓰리즘 이벤트로 여겨질 만했다. 그럼에도 당장 생활고에 시달리는 시민들에겐 ‘가뭄에 단비’ 같았다. 그런데 새로 출범한 민선 9기의 첫 작품이 그토록 달콤한 비를 끊어내는 것이라니. 시민들이 웅성거렸다. 급기야 추석 전에 캐시백 지급을 재개하겠다는 발표를 서둘러야 할 지경이 됐다.

똑같이 곤궁한 재정을 장약(裝藥) 삼았다. 하지만 추 지사의 직격탄은 크게 ‘한 방’이 됐고, 박 시장은 아무래도 ‘불발탄’을 쏜 모양새다. 왜 이런 결과가 빚어졌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표적과 착탄 지점의 환경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밀하게 만든 포탄(물론 재래식 포탄이다)이라도 무른 진흙이나 깊은 눈밭에 떨어지면 내부 신관이 작동할 만큼의 힘을 받지 못하고 그대로 파묻혀 버린다. 콘크리트나 암반과 같은 단단한 지면에 충격 될 때 신관이 제대로 작동하면서 폭약이 터지게 된다. 추 지사는 가장 단단한 표적을 골랐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에게 지금의 지방세제보다 더 단단하고 부수기 힘든 표적이 있나. 현직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냈음에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숙원 중의 숙원 아닌가. 그 단단한 표적을 고르고, 정확하게 타격함으로써 폭발력을 극대화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바짝 당겨진 조직 내부의 긴장은 덤일뿐.

반면 박 시장의 표적은 너무 물렀다. 착탄 지점의 상태도 면밀하게 살피지 못했다.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는 하나 캐시백 지급 중단은 여러 대응책 가운데 하책(下策)이다. 시민들에게 형편을 정직하게 알리고, 이해를 구하면 되리라는 순진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반향을 미리 읽어내는 일에도 서툴렀다. 규모를 팍 줄여서라도 끌고 갔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자신의 공약인 ‘민생 회복 100일 프로젝트’를 미루지 않아도 됐을 터이다. 이젠 그 이름부터 바꿔야 할 상황에 놓였다.

당연히, 두 수장의 판단과 선택을 벌써부터 평가하기엔 이르다. ‘한 방’이 화(禍)가 될 수도 있고 ‘불발탄’이 경계(警戒)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시작을 예의주시하는 이유 또한 분명하다. 정책의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는지, 정책 구현의 방법과 수단을 어떻게 찾는지, 정책이 전개될 현장을 어떻게 예측하는지, 그 역량과 한계를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 시작은 이랬다. 끝까지 지켜보자.

/이충환 언론학 박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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