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 선발 체제 적절한지 물음표
시험 보단 실전역량 평가 강화
국립외교원 역할 등 달라져야
국익 확보할 지역 전문가 필요
오늘날 국제 외교 무대는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국가간 전략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공간이다. 국제 질서가 급변하고 있고,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경제·안보·기술·에너지·공급망까지 외교의 영역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한 국가의 외교 역량은 외교관 개개인의 전문성, 판단력, 협상력에 보다 크게 좌우된다.
한국은 2013년 기존 외무고시를 폐지하고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과 국립외교원 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외교관 선발·양성 체제로 전환했다. 제도 개편의 취지는 단순히 시험 성적이 높은 인재가 아니라 국제정세에 대한 이해, 외국어 능력, 공직자로서의 자질을 갖춘 외교 인재를 선발하고 양성하는 데 있었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제도가 변화하는 국제환경에서 국가의 전략적 이익을 지켜낼 수 있는 ‘실전형 외교 인재’를 충분히 배출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시험을 통해 측정하기 쉬운 지식과 논리적 서술 능력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점이다. PSAT과 국제법·국제정치학·경제학 중심의 전공논술은 학문적 기초와 논리적 사고력을 검증하는 데 유용하지만, 실제 외교 현장에서 요구되는 협상력·위기관리 능력·상황 판단력·의사소통 능력을 충분히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외교 현장의 문제에는 정답이 없다. 제한된 정보 속에서 판단하고, 상대국의 이해관계를 파악하며,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국가의 선택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따라서 필기시험과 함께 실제 외교 상황을 재현한 모의협상, 위기관리, 정책보고서 작성, 국제회의 시뮬레이션 등의 평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외국어와 지역 전문성 역시 재검토해야 한다. 공인어학시험 점수만으로는 외교 현장에서 필요한 언어 구사력을 충분히 검증하기 어렵다. 외교관에게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라 상대국의 정치·사회적 맥락과 미묘한 외교적 뉘앙스를 이해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전략적 수단이다. 따라서 외국어로 정책 자료를 분석하고 브리핑하거나 실제 협상을 수행하게 하는 방식으로 평가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모든 외교관을 순환보직 중심의 제너럴리스트로 양성하는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 폭넓은 시야를 가진 제너럴리스트는 필요하지만, 중국·인도·러시아·중앙아시아·중동·아프리카·중남미 등 특정 지역이나 국제법·경제안보·에너지·과학기술 등 특정 분야에 장기간 전문성을 축적한 스페셜리스트도 필요하다. 따라서 기본적인 순환보직은 유지하되 일정 단계 이후에는 지역 전문가와 분야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전문 트랙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립외교원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국립외교원은 단순한 임용 전 연수기관이 아니라 시험으로 선발된 인재를 실제 외교관으로 전환시키는 국가 차원의 전략교육기관이 되어야 한다. 교육 역시 강의와 지식 습득에 머물기보다 정상회담 모의협상, 국제분쟁 위기관리, 외국 언론 대응, 정책보고서 작성, 국제회의 시뮬레이션 등 실전훈련 중심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탈락 경쟁 자체가 아니라 교육생의 외교 역량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부족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완하는 것이다.
결국 한국의 외교관 양성제도는 ‘시험을 잘 보는 인재’를 선발하는 체제에서 ‘국가의 이익을 실제로 지켜낼 수 있는 실전형 인재’를 선발하고 육성하는 체제로 진화되어야 한다. 필기시험의 공정성과 전문지식의 중요성을 인정하되 협상, 위기관리, 외국어, 지역 및 분야 전문성에 대한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
이제 한국의 외교관 양성도 ‘누가 외교관 시험에 합격하는가’에서 ‘누가 대한민국의 국익을 가장 잘 지켜낼 수 있는가’로 질문을 바꾸어야 할 때다. 단적인 예로 우리가 높은 경쟁력을 갖춘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산업에 필수적인 6대 전략 광물(리튬·니켈·코발트·망간·흑연·희토류)의 새로운 공급망 거점이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에 집중되어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현장에서 자원 외교를 주도하고 국익을 확보할 지역 전문 외교관의 존재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성동기 인하대 프런티어창의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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