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이하 지역 아파트 충분히 가능

제때 팔지 못하는 ‘주거 잠김’ 우려

대규모 전세사기 여파 신뢰 무너져

인천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밀집지역 모습. /경인일보DB
인천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밀집지역 모습. /경인일보DB

“인천 지역 빌라는 보유해도 가격이 오른다는 기대를 할 수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내년 초 결혼을 앞둔 30대 조모씨는 “4억원 이하로 숭의동, 도화동 일대 아파트를 충분히 구할 수 있는데 굳이 주거 여건이 열악한 빌라를 구입할 이유는 없다”며 정부가 ‘8·13 부동산 안정화 대책’ 중 청년 주거 지원 대책으로 내놓은 ‘청년미래보금자리론’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서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자산 가치, 환금성이 떨어지는 인천 지역 빌라 등 다세대주택을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활용해 매수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지역 청년들도 많다. 인천 지역 다세대주택의 경우 미추홀구, 부평구 등 구도심을 중심으로 밀집해 있고, 서울과 달리 주택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 매수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아파트 입주권을 노리고 빌라 등 다세대주택을 구매하는 청년층 수요가 뚜렷하다. 하지만 인천은 사업성이 낮아 개발 수혜로 인한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힘든 여건이다. 2022~2023년 발생한 대규모 전세사기 여파로 다세대주택 시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도 이번 대책 발표에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인천국제공항으로 출퇴근하는 30대 윤모씨는 “영종구 운북동, 중산동에 신축 빌라들이 모여 있어 매물을 살펴봤는데 깨끗하고 가격도 괜찮았다”면서도 “매물이 소화되지 않는지 분양, 임대 현수막을 내건 빌라들이 보였는데 결혼 후 아파트로 이사하려 할 때 팔리지 않을 것 같아 꺼려진다”고 했다.

직장과 주거지 가까이에 있는 다세대주택에 관심을 갖는 청년도 있지만, 실제 매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게 이번 대책을 부정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비아파트를 매수했다가 제때 팔지 못할 경우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발이 묶이는 ‘주거 잠김’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청년층은 비아파트에 대한 전세 선호가 뚜렷하다”며 “오히려 임대인을 대상으로 비아파트 보유분에 대한 ‘1가구 1주택’ 제외 등 규제를 완화해야 전세 공급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노신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인천 남동구지회 부지회장은 “차라리 LH(한국토지주택공사) 같은 공공이 빌라 등 다세대주택 구매를 확대해 임대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상환 능력이 충분한 청년층에게는 오히려 아파트 대출 한도를 풀어줘야 안정적인 주거지 기반으로 내수 활성화, 출생률 증가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입지가 좋은 수도권 역세권에 재건축, 재개발 용적률을 대폭 상향해 59㎡의 소형 평형을 집중 공급하는 등 단기간 공급을 크게 늘릴 정책도 수반돼야 한다”고 했다.

/박현주·박경호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