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날 아침이면 온 집안에 참기름 냄새가 감돌았다. 바쁜 출근길 손에 쥐어진 은박지 한 줄에 든든했다. 김밥은 추억을 품은 국민 먹거리다. 프랑스의 소울푸드 바게트나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처럼 국민의 삶과 문화가 배어든 한국의 김밥이다.

1995년 ‘천원 김밥’의 전성기가 열렸다. 인천 주안동에서 문을 연 김밥천국은 착한 가격을 무기로 골목마다 주황색 간판을 내걸었다. 참치, 돈가스, 샐러드, 진미채 등 재료를 바꿔가며 변주된 김밥은 프랜차이즈 붐으로 이어졌다. 김밥에도 ‘명품’이라는 수식이 붙었다. 2023년에는 냉동김밥이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저렴하고 건강한 비건식으로 K-푸드 열풍을 이끌었다. 단 한 줄에 담긴 조리법이 이토록 다채롭게 진화한 먹거리가 또 있을까 싶다.

그런데 요즘 동네 분식집 메뉴판에서 김밥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팔아도 남는 게 없다.” 자영업자들의 비명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물가지수를 들여다보면 이해된다. 올해 2분기 쌀값은 전년 동기보다 13.2%, 계란값은 9.0% 뛰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에 따르면 올해 6월 서울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3천838원으로 1년 사이 5.9% 올랐다. 삼겹살 4.3%, 냉면 2.8%보다 상승폭이 컸다.

버티지 못한 김밥집들은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 김가네 가맹·직영점은 2022년 448개에서 지난해 378개로 줄었고, 1992년 문 연 1호점마저 지난달 간판을 내렸다. 고봉민김밥은 2년 새 91개가 사라졌고, 바르다김선생 역시 지난해 신규 개점 4개에 계약 종료는 15개로 뒷걸음질 쳤다. 김밥 프랜차이즈의 퇴조 현상이 심상치 않다.

김밥에 담긴 국민적 정서는 각별하다. 김밥 한 줄 사 먹기 부담스러워진 현실은 단순히 메뉴 하나가 줄어든 문제가 아니다. 서민들의 체감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다는 엄중한 경고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을 보면, 1년 사이 전국 분식점 2천614곳이 사라졌다. 손으로 일일이 말아야 하는 김밥은 재료비에 인건비 부담도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의 물가 대책은 원가에 짓눌리고 인건비에 허덕이는 골목 상권의 애환까지 세심하게 맞닿아야 한다. 분식집 메뉴판을 흔들림 없이 지켜내는 것이 곧 민생이다. 김밥 한 줄의 소박한 위로마저 사라질까 걱정이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