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민선9기 출범 두 달이 지났다. 취임한 단체장들의 책상 위에는 두툼한 공약집이 놓여 있다. 스마트농업 확산, 청년농 육성, 농촌공간 재생…. 방향은 선명하다. 문제는 4년 뒤 성과로 가는 경로다. 공약은 매년 이행률이 집계되고 다음 선거의 심판 자료로 남는다. 여주처럼 도농복합 성격을 띤 도시에서 농정 공약의 난도는 특히 높다. 고령화와 국비 의존도가 높은 재정 구조는 단체장의 의지만으로 넘기 어렵다.

야심차게 출발한 공약이 임기 내내 표류하다 ‘장기 검토과제’로 밀려나는 과정을 여러번 봤다. 원인은 대체로 세 가지 간극이었다. 첫째, 번역의 간극이다. 공약집의 선언 한 줄이 예산과 대상지, 추진 주체를 갖춘 단위사업으로 쪼개지지 않으면 행정은 움직이지 않는다. 둘째, 사람의 간극이다. 1~2년이면 자리를 옮기는 순환보직 구조에서 사업의 맥락이 문서로 고정되지 않으면 추진 동력도 함께 증발한다. 셋째, 시간의 간극이다. 예산을 확보하고 사업을 궤도에 올리기까지 행정의 리드타임은 길다.

세 간극을 좁힐 수 있는 구간은 취임 후 1년이다. 국비는 막연한 호소가 아니라 계획서를 가진 지자체를 따라 흐른다. 법정계획 수립이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재원 확보의 조건이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캐비닛에 잠든 용역 보고서가 한둘이 아니라는 현장의 불신도 안다. 그러나 나쁜 계획에 데었다고 계획 자체를 포기하면 남는 것은 관행뿐이다. 필요한 것은 작동하는 계획이다. 연차별 예산과 성과지표로 이어지고, 농업인의 말이 근거로 담기고, 담당자가 바뀌어도 읽히는 문서다.

수천만원의 용역비를 지출로 볼 것인가, 수백억원의 국비를 끌어올 투자로 볼 것인가. 지역 실정을 아는 실력 있는 연구 파트너를 찾아내고 재원 조달 경로까지 설계에 담도록 요구하는 일은 발주처의 몫이다. 1년 차에 설계하고, 2년 차에 국비를 확보하고, 3년 차에 실행하고, 4년 차에 증명하는 일정표는 지금 만들어야 한다.

지금 책상 위에 놓인 것은 공약집인가, 마감 시간이 적힌 설계도인가.

/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coa00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