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홍금동물병원

이승찬·홍서정 원장 부부

구조단체 위해 문 열어

일반 진료비 단돈 1천원

경상북도 영주시에서 구조된 강아지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6.8.26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경상북도 영주시에서 구조된 강아지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6.8.26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4번 영주 강아지, 몸 상태가 어떻게 되고 있나요?”

성남시 분당구 영장산 자락을 따라 들어서면 작은 동물병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을 찾는 동물들은 저마다 사연을 품고 온다. 번식장에서 구조된 강아지부터 누군가의 학대로 상처 입은 고양이, 오랫동안 방치돼 치료 시기를 놓친 동물들이다. 많은 구조동물이 오가는 이곳에서는 이름 대신 병원에 온 순서대로 번호를 붙여 부르는 경우도 있다. 이름도, 의지할 가족도 없는 동물들에게 다시 살아갈 기회를 주는 곳. 바로 홍금동물병원이다.

홍금동물병원은 반려동물의 일반 진료는 받지 않고, 구조동물을 대상으로 치료하는 외과 전문 동물병원이다. 이승찬·홍서정 원장 부부는 비용 문제로 치료를 망설이는 구조단체와 봉사자들을 보며 병원을 개원하게 되었다.

경상북도 영주시에서 구조된 강아지가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6.8.26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경상북도 영주시에서 구조된 강아지가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6.8.26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입원한 강아지가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6.8.26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입원한 강아지가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6.8.26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병원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흰 털을 가진 강아지 봉만이와 봉순이였다. 봉만이와 봉순이는 지난해 8월 인천 강화군의 한 번식장에서 구조됐다. 구조 당시 브루셀라병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혈액검사를 받고 격리조치 됐다. 이날 봉순이는 슬개골 수술 후 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엑스레이 촬영을 받았고, 봉만이는 격리 해제에 앞서 혈액검사를 비롯한 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진료가 끝난 뒤 보호자가 진료비를 물었으나 이 원장의 대답은 짧았다.

“오늘은 진료비가 따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승찬 원장이 인천의 한 번식장에서 구조된 봉순이의 X-ray를 살펴보고 있다. 2026.8.26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이승찬 원장이 인천의 한 번식장에서 구조된 봉순이의 X-ray를 살펴보고 있다. 2026.8.26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강아지 여누의 십자인대 수술을 준비하고 있다. 2026.8.26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강아지 여누의 십자인대 수술을 준비하고 있다. 2026.8.26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수술비도 일반 병원의 20%

영주서 중성화 수술 봉사

망설임 없이 “해보자” 수락

의료 부담 덜어주고파

홍금동물병원은 구조동물들이 비용 부담 때문에 치료를 미루지 않도록 일반 진료비를 1천원으로 책정했다. 이 원장은 “진료비에 대한 금전적 부담 때문에 치료를 망설이지 않았으면 하는 의미에서 1천원으로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모두 1천원인 것은 아니다. 일부 까다로운 수술에는 별도의 진료비를 책정하고 있지만, 일반 병원의 20% 수준이라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한 여성이 여러 개의 케이지를 들고 병원 안으로 급히 들어섰다. 케이지 안에는 경북 영주에서 구조된 강아지들이 있었다. 애니멀호더가 약 140마리의 강아지를 닭뼈와 상한 음식 등을 먹이며 제대로 돌보지 않은 채 방치한 것이다. 강아지들은 이름 대신 ‘11번’,‘14번’ 등 번호로 불렸다. 동물보호단체 가디언즈오브펫의 이유경 대표는 일주일 동안 매일 영주에서 성남을 오가며 상태가 위독한 강아지들을 병원에 데려왔다.

이승찬·홍서정 원장이 빵순이의 스케일링을 진행하고 있다. 2026.8.26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이승찬·홍서정 원장이 빵순이의 스케일링을 진행하고 있다. 2026.8.26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홍서정 원장이 홍금동물병원의 마스코트 금동이를 쓰다듬고 있다. 2026.8.26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홍서정 원장이 홍금동물병원의 마스코트 금동이를 쓰다듬고 있다. 2026.8.26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성남 홍금동물병원 이승찬(오른쪽)·홍서정 원장 부부.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성남 홍금동물병원 이승찬(오른쪽)·홍서정 원장 부부.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과거 임시보호자로 동물병원과 인연을 맺었던 이 대표는 이승찬 원장에게 영주 강아지들의 중성화 수술 봉사를 제안했다. 처음에는 40~50마리 정도로 예상했지만, 현장을 확인한 뒤 구조 대상이 약 140마리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예상보다 세 배 가까이 많은 수였다. 하지만 이 원장은 중성화 수술 봉사를 흔쾌히 수락했다.

이 대표는 “예상보다 많은 구조동물이었지만 이 원장님은 망설임 없이 ‘해보자’고 하셨다”며 “이런 병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승찬 원장은 “구조동물을 돌보는 활동가들의 의료 부담을 덜어주고, 앞으로도 구조동물들을 위한 진료를 이어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